2013년 9월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 최종 라운드가 펼쳐진 충남 태안 골든베이 골프장. 17번홀(파3)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만 해도 김세영(22·미래에셋)의 역전 우승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선두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과 무려 3타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김세영이 6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그린을 맞고 몇 번 구르더니 거짓말처럼 홀로 빨려 들어갔다. 홀인원을 하며 김세영이 1타차로 압박하자 흔들린 유소연이 18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해 연장전으로 들어갔고 결국 김세영의 역전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 골프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한 김세영은 KLPGA 투어에서 거둔 5승이 모두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역전의 여왕’이란 별명의 주인공답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데뷔 첫 승도 뒤집기 승이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간) 바하마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골프장(파73·6644야드)에서 열린 퓨어실크-바하마 LPGA 클래식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면서 합계 14언더파 278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유선영(29·JDX),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18번홀(파5)에서 벌인 연장전에서 김세영은 버디를 낚아 시즌 두 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은 전반에 2타를 줄인 뒤 후반에도 3타를 더 줄여 연장전에 들어갔다. 드라이버 비거리 270야드를 앞세운 그는 두 번째 샷이 그린 가장자리까지 날아갔고 1.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파에 그친 상대를 따돌렸다.
2011년 KLPGA에 입문한 김세영은 태권도 관장인 아버지(김정일)의 영향으로 어린 적부터 태권도를 수련하며 기초체력을 다졌다. 태권도 공인 3단. 프로골퍼로 두각을 나타내기 전 별명은 ‘태권 소녀’였다. 아버지는 ‘마지막 홀, 연장전, 1타차’ 등 극한 상황의 마인드컨트롤을 유달리 강조하며 딸을 강심장으로 키웠다. 그 영향으로 그는 “연장전이 되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163㎝의 키로 크지는 않지만 빠른 스윙스피드를 바탕으로 장하나(23·비씨카드)와 함께 국내 무대 장타왕을 다퉜다. 평소 그가 연습 시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드라이버샷이다.
지난해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6위로 LPGA 티켓을 거머쥐었다. 시즌 개막전인 지난 주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의 아픔을 맛본 그는 단 한 주 만에 반전에 성공했다. 우승 후 김세영은 “10년 전부터 꿈꿔온 것이 이뤄졌다. 정말 행복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가 되고 싶어서 LPGA 투어에 왔다”면서 “이번 우승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고, 나에게 무척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공동 7위(11언더파 281타)로 마쳤지만 박인비가 1타 앞선 공동 5위(12언더파 280타)에 그치는 바람에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LPGA서도 ‘역전의 여왕’… 김세영,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우승
입력 2015-02-1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