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철책으로부터 15㎞ 정도 거리에 있는 경기도 파주 법원읍 칡울길 충만교회. 이 교회 이병우(59) 목사는 8일 주일예배를 마친 뒤 한숨을 지었다. 농촌목회가 쉽지 않은 듯했다.
“제가 사역하는 곳은 1968년 김신조 등 북한 무장공비들이 지나간 동네입니다. 당시 나무꾼 4명이 산에서 나무를 하다 공비들을 만나 살려 달라고 애원했답니다. 공비들이 불쌍하게 여겼는지 차고 있던 시계를 주면서 신고하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산골 깊숙한 지역에 농촌교회를 개척해 12년째 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촌목회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목사는 2003년 충만교회를 개척했다. 마을엔 4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지만 교회가 없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었지만 농촌목회라는 비전을 갖고 개인주택 반지하방을 빌려 기도처소로 만들었다. 3년 뒤 인근 상가로 교회를 옮겼는데 4년 만에 상가건물이 팔렸다. 성도들은 읍내로 나가자고 했지만 이 목사는 그럴 수 없었다. 장애를 가진 할머니 성도 6명을 두고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읍내에서 더 안 쪽으로 들어와 교회를 세웠습니다. 읍내에 가면 사람도 많고 전도대상도 많아 교회가 더 부흥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교회가 읍내로 가버리면 이곳 성도들은 누가 돌봅니까.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교회의 도움이 절실하거든요.”
이 목사는 한때 건축자재상을 운영했다. 96년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따라 교회에서 열린 부모 초청 잔치에 갔다가 예수를 믿게 됐다. 성경을 상세히 읽으며 하나님이 참된 창조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기도 끝에 신학 공부를 결심했다. 중·고등 검정고시를 거쳐 경기도 안양 석수동 대한신학교와 이 대학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 목사의 친구와 동료 목회자들은 충만교회가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한다. 은행이자 등 매달 150만원의 돈이 고정적으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10여명의 성도들은 대부분 농사일을 한다. 박태늠(58) 사모가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교회 재정에 보탬을 주고 있지만 원만한 교회 운영에는 역부족이다.
목회자로서 이 목사의 꿈은 소박하다. 미신과 무당 등 우상숭배가 가득한 이 동네에서 믿지 않는 영혼들을 구원해 초대교회의 모습을 이뤄가는 것이다. 교회의 목표도 ‘복음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교회’다. 올해는 ‘노인대학’을 설립해 더 왕성하게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 목사와 성도들은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이 목사는 “작은 불꽃이 큰불을 일으키듯, 지원과 기도를 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저희 같은 농촌교회가 예수 복음과 사랑을 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파주=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파주 충만교회
입력 2015-02-1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