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문재인號 출범] 文, 아슬아슬한 3.5%P차 승리… 民心으로 黨心눌러

입력 2015-02-09 03:00 수정 2015-02-09 09:26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결과는 ‘민심 문재인, 당심 박지원’으로 요약된다. 민심이 당심을 가까스로 누르면서 문재인 의원이 신임 대표가 됐다.

문 대표는 총 득표율 45.30%로 박지원 의원(41.78%)을 간발의 차로 제쳤다. 압도적인 국민 지지가 없었다면 승패가 뒤바뀌었을 수도 있을 만큼 아슬아슬한 차이다. 애초 ‘문재인 대세론’이 무색한 신승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엇갈린 민심·당심은 더욱 격차가 두드러진다. 문 대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58.05%를 얻어 박 의원(29.45%)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하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박 의원 45.76%, 문 대표 39.98%로 박 의원이 여유 있게 앞섰다.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도 박 의원(44.41%)이 문 대표(43.29%)를 1.12% 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대의원 현장투표의 경우 문 대표가 45.05%의 지지를 얻어 박 의원(42.66%)을 가까스로 꺾었다. 하지만 대의원 투표는 계파의 ‘조직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애초에 최대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지를 받는 문 대표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당심에서는 박 의원의 우세가 뚜렷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표가 당심에서 밀리면서도 당 대표가 된 것은 압도적인 국민 지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직전 대선 후보라는 인지도와 당 외곽의 강력한 지지층이 문 대표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준 셈이다. 문 대표가 투표 직전 ‘정계은퇴’까지 시사하면서 배수의 진을 친 것도 ‘야권 유력 대선주자를 주저앉힐 수 없다’는 여론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국민·당원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답변을 논란 끝에 무효표로 처리한 것도 문 의원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지지후보 없음을 무효표로 산정하면 후보별 지지율이 올라간다. 때문에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한 문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이처럼 민심과 당심이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문 대표는 당내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당원들의 지지 없이는 당을 이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비노(비노무현) 주자인 주승용 의원이 당심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오른 것은 비노 진영의 친노 견제심리가 작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새정치연합도 당내 갈등을 의식한 듯 전당대회 행사 동안 당 화합을 강조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새 기수를 중심으로 화합하고 단결해야 한다”며 “하나로 똘똘 뭉쳐 혁신 또 혁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원들은 문 비대위원장이 직접 작사·작곡한 새 당가를 함께 부르며 화합을 다짐했다.

하지만 실제 전당대회 직후 일부 당원들이 반대편 지지자들과 말싸움을 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박 의원 지지자들은 “선거 무효다” “살림을 따로 해야 한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향후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신호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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