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문재인號 출범] ‘대권 꿈’ 유리한 고지… 내년 총선에 달렸다

입력 2015-02-09 02:29 수정 2015-02-09 09:27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8일 당권을 거머쥐면서 야권 대권 후보 가운데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에서 실패할 경우 ‘두 번째 기회’는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문재인, 대선 직행하나=현재 야권의 대권 잠룡에는 문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 김부겸 전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거론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일 발표한 야권 차기 주자 지지도 조사(성인 남녀 2500명 대상, 응답률은 전화 20.2% 자동응답 7.3%, 표본오차 95%)에서 문 대표는 20.5%로 1위를 차지했고, 박 시장이 2위(16.4%), 안 전 대표가 3위(10.6%)를 차지했다.

문 대표는 이번 당 대표 경선에 승리하며 대권에 한층 가까워졌다. 또 경선 과정에서도 대권을 향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차기 대선 지지도 1위’라며 다른 대선 주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도 주저 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대선 직행 여부는 본인이 언급한 ‘죽을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달려 있다. 경선 내내 강조한 당 혁신 작업을 제대로 못하거나 내년 치러질 제20대 총선에서 패배하면 ‘대권 급행 티켓’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문 대표 당선으로 제1야당의 대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각종 토론회를 개최하고 당내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 언급하는 등 정치활동을 본격 재개했다. 박 시장과 안 지사 등도 지역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 언제 대권 경쟁에 동참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은 누구인가=문 대표는 1953년 1월 경남 거제에서 2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72년 경희대 법학과에 진학한 문 대표는 ‘반유신’ 투쟁으로 운동권에 투신했다. 75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학교에서 제적되기도 했다. 78년 특전사 제대 후 사법시험을 준비했으나 80년 ‘서울의 봄’ 때 다시 구속됐다. 그가 사법시험 2차 합격소식을 들은 곳은 유치장이었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한 문 대표는 판사를 희망했지만 시위 전력 탓에 좌절됐다. 이때 부산으로 내려가 만난 사람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88년 4월 노 전 대통령은 제13대 총선에서 정치권에 입문했고, 문 대표는 부산에 남아 노동운동 지원 활동을 계속했다. 두 사람은 문 대표가 2002년 대선 경선 때 노 전 대통령의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다시 결합했다. 이후 문 대표는 두 번의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맡으며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 대부분을 지근거리에서 함께했다.

문 대표는 이명박정부 시절 검찰 수사의 칼끝이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자 변호인 겸 대변인 역할을 하며 방어에 나섰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때 국민장의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치권의 러브콜을 수없이 외면했지만,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2012년 4·11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48%를 득표하며 선전했지만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3.53% 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이후 문 대표는 지난해 9월 비상대책위원에 선임될 때까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지난해 12월 오랜 침묵을 깨고 전격적으로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졌고, 결국 당권을 잡았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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