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8일 문재인 의원을 대표로 하는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지난해 7·30재보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돼 온 제1야당이 6개월여 만에 정상화됐다. 당이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을 새 간판으로 내세웠지만 국민지지를 얼마만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당대회에서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3.5% 포인트라는 근소한 차로 이김으로써 친노(親盧)-비노(非盧) 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새정치연합에 큰 부담이다.
문 새 대표와 박 의원은 경선기간 내내 극한의 이전투구를 벌였다. 두 사람이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영남과 호남을 대변하는 인물이어서 당내 갈등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했다. 문재인 체제가 이런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큰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 화합이 새 지도부의 당면 최대 과제인 이유다.
경선기간 중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계파 종식을 다짐했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비노 세력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제20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문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사사건건 태클을 걸 개연성이 높다. 당 밖에 ‘국민모임’을 주축으로 하는 진보진영 재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재인 체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세력의 탈당에 의한 분당을 막기 위해서는 인사와 운영에서 대탕평책을 쓰는 게 절실하다.
문 대표가 대선 때 받은 48%의 국민 지지를 회복하려면 정치혁신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근 새정치연합이 지지도를 일부 회복했지만 당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전적으로 박근혜정부의 헛발질 때문임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혁신위원회를 운영했지만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책임감을 망각한 시민단체들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문 대표의 책임이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려면 잘못된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비판하되 구태의연한 정치공세는 단념해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이분법적 진영논리를 지긋지긋해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문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키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민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박근혜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것은 국민들을 걱정스럽게 한다. 당내 갈등에 대한 비판 시각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처음부터 여권과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간과해선 안 된다. 선명야당의 이미지를 구축하느라 상생의 정치를 외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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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9 02:17 수정 2015-02-09 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