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하겠다며 터키에서 잠적한 김모(18)군의 온라인상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김군의 트위터는 물론 그와 연락했던 IS 관련자들의 트위터·페이스북 계정도 최근 잇따라 정지되거나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10일로 잠적 한 달을 맞는 김군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군이 IS와의 접촉 통로로 사용했던 본인의 트위터 계정(@gl******)은 지난 4일부터 사용이 정지된 상태다. 트위터의 ‘사용 정지’는 계정 사용자의 탈퇴 의사와 무관하게 유해신고 등을 받아 트위터 본사에서 정지(suspended)시킨 것을 말한다. 지난 2일까지는 접속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김군과 한국의 희미한 연결고리마저 사실상 끊어졌다. 김군과 연락을 주고받은 IS 관련 계정(ib****)도 마찬가지로 사용이 정지됐다. 또 김군이 가입했던 페이스북의 IS 그룹 역시 최근 며칠 사이 해체됐다.
김군과 접촉했던 IS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중 아직 남아 있는 곳에서도 김군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산’이란 인물의 연락처를 김군에게 알려줬던 ‘af****’, 김군이 ‘IS에 가입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던 ‘Abo*****’ 등의 계정은 여전히 IS 관련 소식을 올리고 있지만 김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들과 연결된 IS 계정들도 일본인 고토 겐지의 참수 소식 등은 전하면서 김군 소식은 다루지 않고 있다.
김군과 연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 메신저 ‘슈어스팟’ 사용자들도 무응답 상태다. 국민일보는 이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슈어스팟은 카카오톡 등과 달리 서로 계정 등록을 해야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AFP통신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무장단체의 SNS 활동을 추적해온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트위터 측이 지난해 가을 이후 IS 관련 계정 800개를 사용 정지시켰다”고 보도했다. IS 지지자들의 계정은 4만5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의 생사 및 IS 가담 여부를 확인 중인 정부의 노력도 성과가 없는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군이 터키 킬리스에서 시리아 국경 난민촌으로 이동한 뒤 사라졌다고 파악된 이후엔 진전된 상황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인 인질 사건처럼 IS 측이 접촉해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도 “아무런 징후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앙카라의 한국대사관을 통해 터키 경찰청과 연락하며 김군의 행방을 찾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IS가 지난 6개월 동안 본국에 돌아가려는 외국인 대원 120명을 무력으로 저지했다고 밝혔다. IS에 가담했다가 무차별적 살인과 여성 지원자에 대한 학대, 그리고 빵과 치즈 정도만 주는 식사 등에 실망해 시리아군에 투항했던 튀니지 남성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IS 대원이 목에 흉기를 겨누고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관한 코란 구절을 암송토록 강요한 순간을 떠올리며 “그들의 말과 실체는 완전히 달랐다”고 증언했다.
IS 가담자에 대한 각국의 대응은 엄격해지고 있다. 프랑스는 IS 가담 후 돌아온 150여명을 구속했다. 영국은 165명을 체포했고, 독일은 IS에 합류했다 귀국한 180명 가운데 약 30명을 ‘매우 위험한 인물’로 분류했다.
양민철 정부경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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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가담 의혹 김군 흔적이 SNS서 사라졌다
입력 2015-02-09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