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업주와 소속 미용사가 대등한 사업주체인 것처럼 계약서를 썼더라도 ‘동업관계’가 아닌 종속적 ‘노사관계’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경기도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운영해 왔다. 미용사 B씨는 2009년 12월부터 A씨 미용실에서 일했다. 두 사람은 ‘헤어디자이너 자유직업소득 계약서’를 썼다. 서로 ‘독립되고 대등한 사업주체’로서 A씨가 브랜드와 장소, 시설을 제공하고 B씨는 자신이 올린 매출의 25∼30%를 A씨에게 떼어준다는 내용이었다. 계약서에는 경업금지 조항도 넣어 계약 종료 후 B씨가 1년 내에 같은 지역 미용실로 옮길 수 없고, A씨 매장에서 반경 4㎞ 이내에 다른 미용실을 개업할 수 없도록 했다.
형식상 동업 계약이었지만 실상은 이와 달랐다. 미용실 출근시간은 예외 없이 오전 9시30분으로 정해져 있었고, 미용사들이 지각 또는 결근을 하면 진료확인서 등 사유에 대한 증빙자료를 내야 했다. A씨는 지각 시 5분마다 벌금 5000원을 받았고 손님 배당에도 불이익을 줬다. B씨는 2년6개월간 일한 뒤 독립해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새 미용실을 열었다. 이에 A씨는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금 4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김명한)는 “B씨는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용사들은 근무시간과 업무태도 등에서 관리·통제를 받았다”며 “B씨가 이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특별한 미용기술을 전수받는 등의 어떤 영업비밀을 알게 됐다고 보이지 않아 약정은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동업자 관계로 계약 해놓고” 지각 5분마다 벌금 5000원
입력 2015-02-09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