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바티칸 주교 “노숙인이 씻을 곳이 없답니다”… 교황 “광장에 샤워장 만들어주세요”

입력 2015-02-09 02:40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8월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사에 입장하면서 신도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국민일보DB

[친절한 쿡기자] 로마의 노숙인들이 무료로 씻을 수 있는 샤워장이 생겼습니다. 교황청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돌기둥 사이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개조해 노숙인을 위한 샤워장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로 세워졌다는데요. 교황의 노숙인 사랑이 대단합니다.

샤워장에는 샤워기 3대가 설치됐습니다. 수건과 갈아입을 속옷은 물론 비누, 치약, 면도기 등 위생용품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교황 알현 행사로 번잡한 수요일을 빼고는 언제든지 무료 개방입니다.

샤워장 옆에는 무료 이발소도 있습니다. 로마의 이발소가 쉬는 월요일마다 이발사와 미용전공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노숙인에게 이발과 면도를 제공합니다. 교황청은 “샤워장을 최신식으로 만들었고 청결 유지를 위해 청소가 쉬운 자재를 썼다”며 뽐냈습니다.

교황은 지난해 10월 바티칸 사회복지 책임자인 콘라드 크라에프스키 주교로부터 “씻을 곳이 없다”는 노숙인의 하소연을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 주교는 프랑코라는 50세 노숙인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는데요. 프랑코는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한사코 사양했습니다. 로마에는 노숙인이 이용할 수 있는 샤워장이 없었던 겁니다.

교황의 노숙인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 로마에 1주일 동안 비가 내리자 교황은 여행객들이 바티칸박물관에 놓고 간 우산 300개를 노숙인에게 나눠주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교황의 78번째 생일에는 노숙인에게 침낭 400개를 선물했죠. 교황청은 “교황이 생일을 맞아 주는 선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교황은 검소하고 겸손한 자세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3년 선출 이후 저녁 만찬장으로 이동할 때는 늘 경호원과 리무진을 거절하고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갑니다. “노숙인이 죽은 것은 기사가 안 되고, 주가지수가 2포인트 떨어진 것은 보도된다”는 어록은 이미 유명합니다.

교황의 행동이 각국 지도자들에게는 부담스러웠나요? 필리핀 정부는 지난달 14일 교황의 방문을 앞두고 노숙인 수백명을 수용시설에 감금했습니다.

서울역에 노숙인을 위한 샤워장을 만들면 어떨까요? 스스로 몸을 씻으며 재기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요? 필리핀 정부처럼 강제로 노숙인을 쫓아내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면 교황을 따라하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