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美 의회 연설’ 첫 일본 총리 노린다

입력 2015-02-09 02:36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열린 ‘북방영토 반환 요구 전국대회’에서 러시아와의 쿠릴열도 영유권 분쟁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교섭을 진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뒤에 일장기와 함께 ‘북방 4개 섬을 반환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는 봄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 의회 합동연설을 추진 중이다.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7일(현지시간) “일본 정부가 4월 말∼5월 초 아베 총리의 워싱턴DC 방문 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의회와 백악관을 상대로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은 6번이나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지만, 일본 지도자는 전무하다.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방미 때 의회 합동연설이 성사될 뻔했으나 신사참배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일본 정부의 이번 노력이 성공한다면 아베는 미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첫 일본인이 된다.

한 소식통은 “아베 총리는 지난 선거 압승에 따른 장기집권 터전 마련,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한 아시아에서 일본의 안보 역할 제고를 부각시키며 미 의회 합동 연설이라는 ‘기록’을 세우려 한다”며 “성사된다면 아베 총리에게 큰 외교·정치적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 연설 허가권은 하원의장이 갖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의 요청도 상당부분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의회에서 그동안 일본인이 연설하지 못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을 공격한 침략국인 데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작용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 미국 방문 시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검토하는 것도 2차대전 당시 침략 행위에 대한 반성의 강도를 보여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일본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 연설을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이나 방위협력지침 개정 등에 비해서는 후순위”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자칫 종군위안부 등 과거사 사과 문제가 부각될까봐 조심스럽게 미 의회의 반응을 타진 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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