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리 후보자의 언론관 너무 천박하다

입력 2015-02-09 02:17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에 외압을 가하고 언론사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차남 병역 면제에 이어 본인 병역(현역) 기피,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나온 터에 급기야 언론 외압 논란에 휩싸이면서 총리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국회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위원들이 8일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성명을 내는 등 당초 관대했던 입장에서 강경한 태도로 바뀐 점을 보면 이 후보자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6일 밤 공개된 언론 관련 발언은 이 후보자의 그릇된 언론관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 후보자가 지난달 말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한 발언 요지는 이렇다.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한 의혹 보도를 막았고, 언론사 간부를 통해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보도 통제 관련)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인사 개입 관련) 등 거친 표현의 적나라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권력으로 언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식이 잠재돼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망언이다.

즉각 이 후보자는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게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는데 뭐가 사태의 본질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언행보다 언론 인식 자체가 더 큰 문제인데도 말이다. 독재정권의 언론관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대단히 우려스럽다. 그간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청문회는 유야무야된 경우가 많았는데 10∼11일의 이 후보자 청문회에선 철저한 추궁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언론 외압 부분 외에도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후보자 본인이 최초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음에도 행정고시 합격 후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이나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 매매를 통한 수억원의 시세차익 실현 등 부동산 투기 의혹 등도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