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미성년 자녀의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춰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을 추진한다. 학대당하는 미성년 자녀는 부모의 친권이 정지되도록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원은 이혼소송에서 친권자·양육권자를 지정할 때 반드시 자녀의 의견을 청취해 반영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에게 “난 더 이상 부모와 살지 않겠다” “부모가 이혼하면 난 누구와 살겠다”고 주장할 발언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대법원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는 지난 6일 27차 회의에서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고 8일 밝혔다.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 추진은 1991년 법이 제정된 지 24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87개인 가사소송법 조문은 161개로 배 가까이 늘어난다.
개정안은 그동안 가족 간 분쟁에서 소외됐던 미성년 자녀의 권익 보호에 중점을 뒀다. 1조에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보호하기 위하여’라는 목적을 추가했다. 우선 미성년 자녀가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 등을 직접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친부모에게 학대당하는 미성년 자녀는 부모의 친권 정지·상실 청구를 직접 낼 수 있게 된다. 양부모에게 학대당할 경우 직접 법원에 재판상 파양 청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 현행 가사소송법 하에선 모두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청구할 수 있었고, 절차가 번거로워 포기하는 경우가 잦았다.
미성년 자녀가 이런 청구를 제기하면 법원은 ‘절차보조인’을 제공해 복잡한 재판 절차에 대한 도움을 주게 된다. 충분한 경력과 전문성을 지닌 사람을 절차보조인으로 지정해 미성년 자녀 등과 연결시켜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가정법원이 더 신속하게 사건에 개입해 아동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혼사건에서 ‘자녀를 누가 키울지’ 결정할 때는 당사자인 자녀 의견이 적극 반영된다. 개정안은 법원이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지정할 때 나이와 상관없이 반드시 자녀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이때 절차보조인은 자녀의 의사를 파악해 법원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는 13세 미만 자녀의 경우 법원이 원칙적으로 의견을 듣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자녀의 의사와 이익이 재판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부모의 책임은 커진다. 재산이 있으면서도 30일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혼부모는 바로 감치될 수 있다. 3개월 이상 양육비 미지급 시 감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규정이 강화된 것이다. 또 이혼소송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 법원이 사전처분으로 내린 양육비 지급명령도 강제로 집행하는 수단을 강화했다. 지금은 미지급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이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양육비 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강제집행까지 다양한 강제수단을 동원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이혼 후 친권·양육권을 상실한 부모와 자녀의 만남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면접교섭보조인’ 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정안이 올해 안에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나는 아버지의 아들로 살지 않겠다” 학대 피해 미성년자, 직접 친권소송 가능
입력 2015-02-09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