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소수의 대변자’ 이영모 前 헌법재판관 별세

입력 2015-02-09 02:49

‘외로운 소수의 대변자’로 불렸던 이영모(사진) 전 헌법재판관이 7일 오전 숙환으로 인한 신부전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경남 의령 출신인 이 전 재판관은 의령농고를 중퇴한 뒤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부산대를 졸업했다. 1961년 고등고시 13회에 합격해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형사지법원장, 서울고법원장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지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역임하면서 108건의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퇴임 당시 역대 헌법재판관 중 가장 많은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이었다. 2000년에는 헌재가 과외 금지 규정 위헌 결정을 내릴 때도 “사회·경제적 약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유일하게 합헌 의견을 냈다. 1999년 그린벨트 지정제도 위헌 결정 당시에도 환경권 수호를 주장하며 합헌 소수의견을 냈다. 그를 따르던 후배 법조인들은 그의 의견을 묶어 ‘소수와의 동행’이라는 책을 헌정했다. 1992년 공직자 재산공개 때는 즐겨 타던 빨간색 프라이드를 재산 목록에 올렸고, 법원장 재직 시 국가 예산을 아낀다며 비서관을 두지 않았다. 헌법재판관 퇴임사에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허공을 향한 외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부인 김유정씨와 아들 원준·원일씨를 뒀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2호실(02-3010-2292)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 충현동산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