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26·인천시청)이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임에 따라 도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도핑을 ‘선수가 운동경기에서 성적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거나 특수한 처치를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스포츠는 공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도핑검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도핑에 적발될 경우 처벌은 일반 경기에서의 반칙보다 훨씬 엄격하다.
경기장·집·훈련장 가리지 않고 검사
도핑검사는 일반적으로 경기 시작 12시간 이전부터 경기 직후 실시되는 경기기간 중 검사와 그 외에 사전 예고 없이 선수의 집이나 훈련장 등을 방문해 이뤄지는 경기기간 외 검사로 나뉜다. 경기기간 중 검사에선 경기 중 금지약물 검사를 실시한다. 경기기간 외 검사에선 상시 금지약물이 체내에 있는 지 확인한다.
도핑검사 대상자로 지정된 선수들은 통지를 받은 뒤 검사장으로 이동한다. 검사는 소변이나 혈액을 채취하는 방식이다. 도핑검사를 할 때 선수는 상의는 몸통 중간, 소매는 팔꿈치 이상, 바지는 허벅지 중간까지 드러내 줘야 한다. 혹시나 선수가 다른 사람의 소변이나 혈액으로 바꿔치기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채취과정이 모두 끝나면 시료는 봉인돼 WADA로 보내져 검사가 이뤄진다.
도핑검사는 주로 WADA가 맡지만 프로야구나 프로농구 등 국내 스포츠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실시한다. 일부 경기의 경우 각 경기단체가 하기도 한다. 박태환의 경우 국제수영연맹(FINA)이 도핑검사를 했다.
강화되고 있는 도핑 제재
국내 도핑을 총괄하는 KADA 관계자는 9일 “깨끗하고 공정한 스포츠를 위해 선수에게는 어떠한 금지약물도 자신의 체내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할 의무가 부여된다”면서 “이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어떠한 관용도 베풀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도핑에 적발되면 일정 기간 자격정지뿐 아니라 해당 경기와 관련된 일체의 메달과 점수, 포상이 몰수된다. 경기기록도 물론 사라진다. 처벌받은 선수의 실명은 1년 이상 WADA 홈페이지에 게시돼 일반에 공개된다.
도핑에 대한 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WADA는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세계도핑방지규약’을 통해 올 1월부터 금지약물 사용에 따른 자격 정지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렸다. 박태환의 경우 지난해에 적발됐기 때문에 이 규정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제재는 복용한 약물의 종류나 고의성, 횟수 등에 따라 수위가 달라진다. 에페드린 같은 흥분제 계열의 경우 1∼6개월 자격정지가 주어진다. 스테로이드나 이뇨제 등은 4년간 선수 자격이 정지된다. 고의성이 있거나 마스킹(복용 은폐제) 약물이 적발되면 가중 처벌된다. 도핑 테스트를 거부하거나 방해해도 비슷한 수위의 제재가 내려진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27·삼성전기)는 2년 전 불시에 진행된 도핑 테스트를 받지 않아 도핑 규정 위반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할 뻔 했다. 도핑에 적발된 선수는 청문회에서 소명할 기회를 갖게 된다. 최종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마지막으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수 있다.
치료목적으로 금지약물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치료목적사용면책(TUE)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국제수준 선수 또는 국제경기 참가 선수는 해당 국제경기연맹에, 국내수준 선수 또는 국내경기 참가 선수는 KADA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술은 일부 종목에만 해당
금지약물에는 상시 금지약물, 경기기간 중 금지약물, 특정 스포츠 금지약물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상시 금지약물에는 동화작용제(근육강화제)와 펩티드 호르몬(성장촉진) 등이 있다. 박태환이 맞은 네비도 주사에 들어있는 테스토스테론은 동화작용제에 포함된다. 경기기간 중 금지약물은 상시 금지약물 외에 카나비노이드(긴장감 완화)와 부신피질호르몬(소염제) 등이 추가된다.
일부 스포츠 종목에만 적용되는 금지약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코올(술)이다. 알코올은 마시면 경기 중 위험성이 커지는 양궁과 공수도, 근대5종, 모터사이클, 모터보트, 항공스포츠 등에서만 금지약물로 지정돼있다. 당구도 알코올이 금지됐지만 국제당구연맹 요청으로 2006년부터 제외됐다.
손 떨림, 신경 예민을 막는 베타차단제도 일부 종목에서만 금지약물로 돼 있다. 대표적인 종목은 골프다. 또 양궁, 체조, 컬링, 레슬링, 당구, 사격, 봅슬레이, 다트 등에서 금지된다. 이 중 양궁과 사격은 평상시에도 투약해서는 안 된다. 보약으로 애용하는 한약재도 조심해야 한다. 일례로 해구신은 남성 호르몬 작용을 하는 스테로이드 계열의 안드로스테론이 있어 금지약물에 속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선수 경계 1호 ‘약물’… 집까지 찾아간다
입력 2015-02-10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