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됐다 돌아온 선교단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선교단 일행 7명이 5차례 억류됐다 풀려난 과정이 영화 줄거리다. 최찬(51) 감독은 8일 “‘블러드워스(Bloodworth·피값)’라는 제목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미국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현지 투자사 프린스베리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홍보대행사 HnB인터내셔널 대표이기도 하다.
올해 촬영에 돌입하고 내년 말 개봉이 목표다. 최 감독은 당시 단장이었던 허민영(66·세계선교단체총연합 대표의장) 목사 역은 배우 안성기가 내정됐다고 전했다. 이외 배우 권오중도 출연을 수락한 상태라고 한다. 그는 “블러드워스가 예정대로 개봉된다면 영화 ‘인터뷰’만큼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2014)는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 암살을 다룬 할리우드 코믹 영화로 세계적 화제가 됐다. 이슬람 무장 세력의 테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블러드워스가 자칫 이슬람 무장세력을 미화하고, 생환한 이들을 영웅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무장세력은 선교단 일행에게 닭고기와 스프를 제공하는 호의를 베풀었다. 이 선교단은 생환했지만 두 달 뒤 피랍된 김선일(당시 34세)씨는 목숨을 잃었다. 최 감독은 “허 목사님의 영화 제작 제안을 받고 기도하던 중 한국에서 피 흘린 수많은 선교사들이 떠올랐다”며 “진정한 선교의 의미를 영화에 담고 싶다”고 했다.
영화 시나리오는 허 목사가 당시 경험을 기록한 수기 ‘분노와 사랑’을 바탕으로 쓰였다. 이 책에 따르면 허 목사 일행 7명은 2004년 4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거쳐 북부 모술로 향했다. 모술에는 3년 전 허 목사가 소속된 선교단체가 세운 교회가 있었다. 이들은 그곳에 신학교를 세우고 선교대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허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땅에 왔던 선교사를 생각하며 이라크에 갔다. 당시 나는 살아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살아 돌아간다면 기적같이 살아난 과정을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환 과정을 영화로 만드는 데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80여 차례 기도회를 가졌고 매년 생환 감사예배를 드렸다. 10년 만인 지난해 6월에는 수기를 출판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이슬람인들의 분노를 이해하고, 그들을 사랑으로 감쌀 수 있는 마음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허 목사는 “중동 사람들은 미국이 석유 약탈을 위해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고 약탈해갔다고 생각한다. 지금 잔혹한 범죄를 벌이는 이슬람국가(IS)도 그 증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할 일이 중보기도라고 했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우리 민족이 이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면 그 분노도 조금씩 풀어질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이라크 선교단체 피랍사건 영화로 만든다
입력 2015-02-09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