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추이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당·청 분리다. 여론조사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한 반면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 폭은 매우 작다. 그 결과 여당 지지율이 대통령을 앞섰다. 당·청 지지율이 한 몸처럼 연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일이다. 정권 말기도 아닌 집권 3년차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도 이례적이다. 나아가 당·청 지지율 역전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조사기관의 예측이다.
지난해 중반까지 50%대를 유지해온 대통령 지지율은 현재 20%대 후반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6일 내놓은 수치는 29%다. 일주일 전과 똑같다. ‘L’자형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편이다. 반면 여당 지지율은 41%로, 지난주와 같았다. 지난해 후반기 여당 지지율 평균과 엇비슷하다. 대통령보다 10% 포인트 정도 높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수도 없이 지적된 것들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이를 ‘찌라시 수준’이라고 일축한 대통령의 자세,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 사퇴와 찔끔 인사, 연말정산 파동,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 논란, 증세 및 복지구조조정 공방 등등. 한결같이 현 정부의 헛발질이 근본 원인이다. 하지만 해명이나 사과는 없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사람도 없다. 국민들은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뿔이 나 있다. 통상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작용했으나 박 대통령의 지난달 12일 신년 회견의 경우 지지율 하락을 부추긴 건 이 때문이다.
여당의 ‘선전’에는 민심을 반영해 청와대와 내각을 이따금 매섭게 질책한 김무성 대표의 정치력과 순발력, 비박(非朴)계인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박심(朴心)’보다 ‘민심’을 따른 결과라고 하겠다.
되돌아보면,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의 당·청 관계는 ‘관계’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다. 청와대가 여당을 경시했다. 일차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청와대 참모들 책임 또한 크다. 그 정점에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있다.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그를 “사심 없는 분”이라고 신뢰를 보냈지만, ‘사심 없는 보좌’는 지지율 급락으로 귀결됐다. 그는 여당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도 보였다. 2013년 8월 그가 비서실장에 취임한 이후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린 건 한 차례뿐이다. 김무성 대표를 청와대 문건 유출 배후로 지목했다는 청와대 행정관 발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는 김 대표의 전화를 김 실장이 받지 않은 데서도 여당 대표를 중하게 여기지 않는 속마음이 읽힌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수직적 관계였던 권위주의 시절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여당 지지자들 가운데 40% 이상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답하는 기이한 결과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은 여의도에서 15년을 지냈다. 국정운영에 여당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작금의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여당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다. 박 대통령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를 ‘희망의 2015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도 여당 대표와의 주례회동 정례화 등 수평적인 당·청 관계의 재정비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려스럽다. 퇴임을 앞둔 김 실장이 청와대 참모와 특보에 이어 개각까지 손보고 있는 탓이다. 김 실장이 청와대를 떠나더라도 그의 그림자가 대통령 주변을 에워쌀 듯하다. 박 대통령이 종전의 경직된 틀을 깨고 열린 마음으로 여당에 손을 내밀수 있을까.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김진홍 칼럼]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을 보며
입력 2015-02-09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