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단색화 미국·유럽에 처음 알린 김가범 화백 “해외 개인전 준비에 매일 10시간씩 붓질”

입력 2015-02-09 02:47
한국의 단색화를 해외에 먼저 알린 김가범 화백이 8일 서울 서초구 개인작업실에서 푸른색 추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 제공

요즘 미술계의 가장 핫한 이슈는 ‘단색화 열풍’이다. 정상화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등 작가들의 단색 추상 그림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전시되고 아트페어와 경매에서도 높은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다. 1970년대 국내 화단에 불었던 단색화 바람이 지금에야 평가를 받고 있지만, 10년 전 이미 미국과 유럽에 한국의 단색화를 알린 작가가 있다. 김가범(68) 화백이 그 주인공이다.

그에게 기쁜 소식이 최근 날아들었다. 10월 이탈리아 밀라노 시립미술관에 이어 12월 중국 베이징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초대받았다.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지고, 색의 미감을 강조하는 서양화와 선의 미학을 중시하는 동양화가 공존하는 작품이라는 게 초청 이유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기슭에서 작업하는 김 화백은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붓질해온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화백은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처음부터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 고교시절 미술대학을 가려고 했으나 “시집이나 가지. 뭐 하러 어렵게 미술을 하려고 그러느냐”는 부모 만류에 화가의 꿈을 접었다.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1990년대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면서 미술학교 ‘노스리지’와 ‘피어스칼리지’를 다녔다.

40대에 미술을 배우고 50대에 첫 전시를 연 그는 타고난 재능과 그림에 대한 열망으로 단박에 인기작가가 됐다. 그동안 스위스 바젤,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 등 굴지의 국제아트페어에 100여 차례 초대받았다.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화로 풀어낸 그의 대표작 ‘꿈의 산’ 시리즈는 ‘마운틴 컬러’ 또는 ‘선율의 회화’로 불린다. 한지에 먹으로 그린 한국화를 연상시킨다.

그는 전시 준비로 요즘 매일 10시간씩 붓질에 매달리고 있다. 서정시 같은 화면과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선율을 화폭에 담아내기 위해서다. 김 화백은 “우면산의 생기는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기운이자 내 그림의 모티브”라며 “단색조의 화려함은 산이 내게 내린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 왔는지 자문이 들었고, 붓을 잡음으로써 내가 주인인 삶을 살고 있다”고 밝힌 그는 “그야말로 원 없이 그림을 그려 행복하다. 생의 마지막 날까지 붓을 잡고 마무리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