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면 ‘집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입춘대길’이라 한자로 큼지막하게 대문에 붙이는 호사를 누릴 수는 없더라도, 집 생각이 기지개를 펴는 것이다. 살까, 팔까, 옮겨 볼까, 새 단장 해볼까 등. 전세 가격이 계속 뛰어오르니 ‘집 걱정’이 된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집 생각은 자신과 가족의 인생을 새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이다.
부동산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거라는 대세가 형성된 것은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부담일지 몰라도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축복이다. ‘사고파는 집’이 아니라 ‘사는 집’의 가치가 새삼 주목받게 된 것도 축복이다. 사는 집에서 좀 더 사는 맛을 느끼며 살아보자는 건강한 생각이 대세가 된 것이다. IMF 위기 때에 잠시 작은 집이 인기를 끌다가 다시 부동산 거품이 불며 큰 집 선호 현상이 되살아났었는데, 부동산 거품이 완전히 꺼지자 이제 작은 집이 각광을 받는다.
작은 집은 여러모로 좋다. 집값에 신경 덜 쓰고 관리비 적어 좋은 건 물론이다. 청소 에너지가 적게 드는 것은 큰 축복이고, 가족들끼리 부비고 살 수 있는 것은 더 큰 축복이다. 살던 집의 역사를 돌아보라. 작은 집에서 식구들이 부대끼고 살았을 때의 추억이 가장 강렬할 것이다. 나의 가족들 역시 우리 집을 정식으로 마련하기 전에 전세로 살았던 ‘쬐끄만’ 옥탑집 추억을 수시로 이야기한다. 뜨거운 뙤약볕과 장마철 새는 비를 담던 바가지와 주전자들, 그리고 한 이불 속에 다 모였던 추운 겨울의 그 정겨움을 기억한다.
물론 작은 집을 크게 쓰는 온갖 묘수를 써야 한다. 요새는 작은 집이라고 해도 여러 식구들이 포개 살던 단칸방보다는 비교가 안 되게 큰 편이니, 어떤 지혜를 쓰느냐에 따라 사는 맛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 모여 쓰는 공간을 좀 크게 해볼까, 훤하게 만드는 색깔은 뭘까, 온갖 잡동사니를 정리해 볼까, 가족들이 각기 편안한 제 구석을 가지는 방법은 뭘까, 작아도 심리적으로 좁지 않게 느끼게 하는 묘수는 뭘까 등 생각할 거리는 수도 없이 많다. 작은 집에서 작지 않게 사는, 이 시대의 마술을 부려 보자!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작은 집’ 예찬
입력 2015-02-09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