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로 움츠려진 몸과 마음이 아직 풀리지 않은 입춘 전후에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로는 복수초가 꼽힌다. 복수초는 1월 말 제주도에서부터 피기 시작해 2월 남부지방, 3월엔 중부지방으로 올라온다. 복수초는 왜 대부분 풀과 나무들이 아직 새잎도 내지 않는 추운 때를 택해 꽃을 피우는 걸까? 어떻게 눈 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가루받이는 또 누가 해주는 걸까?
복수초는 학명에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을 뜻하는 아무렌시스(amurensis)가 종명으로 들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춥고 봄·여름이 매우 짧은 한대지방이 고향인 식물이다. 북방계의 키 작은 풀인 복수초는 다른 식물들이 겨울잠에서 채 깨어나기 전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은 뒤 다른 나무나 풀들이 넓은 잎을 키워갈 때면 지상부를 말려 없애고 휴식으로 들어가는 별난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
복수초의 뿌리에는 물을 흡수하면 가수분해를 일으켜 열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어 언 땅과 잔설이 녹기 시작하면 뿌리와 줄기에서 열을 발생시켜 주변의 땅과 눈을 녹인다. 또 해가 뜨면 꽃봉오리를 벌리고 해가 질 땐 봉오리를 닫는 노란 꽃잎은 마치 위성안테나처럼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오므려져 있고 표면은 반질거려 태양열을 가운데로 모을 수 있도록 구조가 진화되어 있다. 눈 속에서도 매개곤충을 불러들일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숨어 있다.
복수초 가루받이곤충은 성충으로 겨울을 나는 무당벌레나 파리인데 이들은 바깥보다 4∼5도 따뜻한 꽃 속에서 꿀과 꽃밥을 먹으며 느긋하게 논다. 때론 해가 지도록 놀다가 닫힌 꽃에서 따뜻하게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다른 꽃을 찾아가 가루받이를 시킨다. 복수초는 가장 먼저 찬란하고 영롱한 꽃으로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사이기도 하지만 그 독특한 생태적 특성으로도 관심과 사랑을 받을 만한 식물이다.
최영선(자연환경조사연구소 이사)
[풀·꽃·나무 친해지기] (6) 봄의 전령사 복수초
입력 2015-02-09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