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여성 80%, 안면홍조 등 이상 증상 경험

입력 2015-02-10 02:30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서석교 교수가 폐경을 앞두고 수시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증상과 우울감 때문에 고민이라는 중년여성에게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을 설명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
폐경이 중년여성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의학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면서 폐경 후 최소 30년간 건강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폐경은 나이가 들면서 난소 기능 퇴화로 더 이상 여성호르몬을 만들지 못해 월경이 끊기는 현상이다. 보통 월경이 완전히 끝나고 1년이 지났을 때 나타난다. 그 전에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시기부터 폐경까지를 ‘폐경이행기’ 또는 ‘갱년기’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기경도 교수는 9일 “평균수명이 연장돼 여성의 일생에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폐경기를 어떻게 의학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보건문제로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83세를 넘어선 지금도 폐경을 맞는 나이는 평균 51세 전후로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폐경 후 건강관리가 필요한 기간이 30년이 넘는 셈이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감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건강 문제는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과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위험이 동시에 증가한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서석교 교수는 “폐경 전 여성은 같은 또래의 남성에 비해 고혈압, 고지혈증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심뇌혈관질환에도 잘 안 걸린다”며 “하지만 폐경이 오면 여성호르몬의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폐경 직후 일어나는 급속한 뼈 손실로 손목골절 위험이 높아지고 척추와 대퇴골 골절 빈도도 증가한다. 척추, 대퇴골 골절은 폐경 여성의 장기 와병 및 사망위험을 높인다. 폐경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안면홍조 증상이 나타난다. 안면홍조는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면서 상체가 달아오르는 증상이다. 따뜻한 곳에서나 긴장을 하는 경우 잘 발생한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도 잦아진다. 불안, 의욕저하, 우울감 같은 정신·심리적 이상증상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면 질, 요도 등 직접적으로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비뇨생식기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질 분비물이 감소해 성관계 시 통증을 느낄 수 있고 빈뇨, 야간뇨, 절박뇨, 요실금 등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정경아 교수는 “폐경 여성의 약 80%가 안면홍조 등 이상 증상을 경험한다”며 “이 중 20∼30%는 반드시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란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월경이 끊기는 때부터 3∼5년간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복용하는 치료법이다. 난소 제거수술로 조기폐경이 된 여성은 물론 자연폐경에 이른 여성 중 심신이상 증상이 심한 경우 효과가 있다.

단 호르몬 치료 중에는 해마다 정기검진을 받아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2002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미국 폐경여성 1만6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유방암 발병 위험이 2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고(高) 탄수화물, 고지방 음식 섭취를 줄여 복부비만을 예방하고 과일, 채소를 자주 먹어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것도 폐경기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운동으로는 근·골격계 강화에 좋으면서 관절에 부담을 덜 주는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이 권장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