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이 중년여성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의학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면서 폐경 후 최소 30년간 건강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폐경은 나이가 들면서 난소 기능 퇴화로 더 이상 여성호르몬을 만들지 못해 월경이 끊기는 현상이다. 보통 월경이 완전히 끝나고 1년이 지났을 때 나타난다. 그 전에 월경이 불규칙해지는 시기부터 폐경까지를 ‘폐경이행기’ 또는 ‘갱년기’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기경도 교수는 9일 “평균수명이 연장돼 여성의 일생에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폐경기를 어떻게 의학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보건문제로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83세를 넘어선 지금도 폐경을 맞는 나이는 평균 51세 전후로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폐경 후 건강관리가 필요한 기간이 30년이 넘는 셈이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감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건강 문제는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과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위험이 동시에 증가한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서석교 교수는 “폐경 전 여성은 같은 또래의 남성에 비해 고혈압, 고지혈증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심뇌혈관질환에도 잘 안 걸린다”며 “하지만 폐경이 오면 여성호르몬의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폐경 직후 일어나는 급속한 뼈 손실로 손목골절 위험이 높아지고 척추와 대퇴골 골절 빈도도 증가한다. 척추, 대퇴골 골절은 폐경 여성의 장기 와병 및 사망위험을 높인다. 폐경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안면홍조 증상이 나타난다. 안면홍조는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면서 상체가 달아오르는 증상이다. 따뜻한 곳에서나 긴장을 하는 경우 잘 발생한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도 잦아진다. 불안, 의욕저하, 우울감 같은 정신·심리적 이상증상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면 질, 요도 등 직접적으로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비뇨생식기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질 분비물이 감소해 성관계 시 통증을 느낄 수 있고 빈뇨, 야간뇨, 절박뇨, 요실금 등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정경아 교수는 “폐경 여성의 약 80%가 안면홍조 등 이상 증상을 경험한다”며 “이 중 20∼30%는 반드시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란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월경이 끊기는 때부터 3∼5년간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복용하는 치료법이다. 난소 제거수술로 조기폐경이 된 여성은 물론 자연폐경에 이른 여성 중 심신이상 증상이 심한 경우 효과가 있다.
단 호르몬 치료 중에는 해마다 정기검진을 받아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2002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미국 폐경여성 1만6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유방암 발병 위험이 2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고(高) 탄수화물, 고지방 음식 섭취를 줄여 복부비만을 예방하고 과일, 채소를 자주 먹어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것도 폐경기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운동으로는 근·골격계 강화에 좋으면서 관절에 부담을 덜 주는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이 권장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폐경 여성 80%, 안면홍조 등 이상 증상 경험
입력 2015-02-10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