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2007∼2009년 해군에 인도한 손원일급(1800t급) 최신예 잠수함 3척(손원일함, 정지함, 안중근함)의 문제점은 잠항(潛航·잠수 항해) 능력이었다. 잠수함이 갖춰야 할 핵심 성능에 애초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군의 인수평가 내용은 ‘잠항 능력이 요구 기준을 충족한다’였다. 잠수함 3척에 대한 인수평가 실무를 담당한 해군 인수평가대장 L씨는 2009년 12월 2일 안중근함이 정식으로 해군에 인도된 후 약 3개월 만인 이듬해 2월 27일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해 3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현대중공업과 L씨 간 뒷거래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애초 성능에 문제가 있었던 ‘최신예’ 잠수함=손원일급 잠수함 3척은 도입 초기부터 각종 성능 문제를 노출했다. 2007년 인도된 손원일함은 적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 잠수함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소음 제거 부분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3년 넘게 군사작전에 투입되지 못했다.
또한 이들 잠수함의 연료전지에는 치명적 부실이 숨어 있었다. 연료전지는 잠수함이 잠항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 부품이다. 연료전지가 기능을 하지 못하면 잠수함은 물 위로 떠올라야 한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감사원 자료를 토대로 3척의 연료전지가 해군이 인수하기 전에 이미 93차례나 고장 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에 따르면 해군은 이를 알면서도 잠수함을 넘겨받았다. 인수한 뒤에도 연료전지는 102차례나 더 고장을 일으키고 작동을 멈췄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6일 “물 위에 떠올라야 한다면 그게 잠수함이냐. 1조27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잠수함의 작전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손원일급 잠수함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잠항 능력을 꼽았었다. 기존에 3, 4일 정도만 가능했던 잠수 상태로 항해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 2주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2006년 손원일함을 진수할 때 당시 현대중공업 최기선 사장은 잠항 능력에 자신감을 내비쳤었다.
◇도입 과정에 ‘검은 거래’ 있었나=감사원은 2013년 손원일급 잠수함 3척의 연료전지 고장 문제를 감사했다. 연료전지의 성능이 군 요구 조건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인수평가 과정에서 적격 판정이 내려졌던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감사원은 당시 L씨를 평가 과정에 개입한 인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조사 결과 L씨는 임의로 기준을 변경하면서까지 함량 미달의 연료전지를 ‘적격 제품’으로 평가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합수단은 L씨가 로비 대가로 잠수함의 연료전지 문제를 눈감아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잠수함 인수평가 전에 현대중공업 측과 L씨가 만나 모종의 상의를 했는지가 우선 확인 대상이다. 일자리뿐 아니라 금품이 오갔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합수단은 현대중공업에서 L씨 개인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만 압수해갔다. 회사 차원의 비리에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단독] 잠수함 평가대장, 전역 후 현대重 입사
입력 2015-02-07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