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알렉시스 더든 교수 “편한대로 취사선택한 기억은 역사가 아니다”

입력 2015-02-07 02:11

“역사학자로서 학술의 자유에 대한 간섭을 현실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는 집단성명을 주도한 미국 코네티컷대 알렉시스 더든(사진) 교수는 5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미국 역사교과서 수정 압력으로 지금 학문의 자유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집단성명 발표는 일본을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역사를 잘못 이용하려는 데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더든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베 총리와 대다수 일본인을 대표하지 않는 일부 지지자들이 역사를 이용하는 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든 교수는 “미국은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의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끝으로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면서 “입증된 역사에 대한 인정은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시카고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더든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 동북아 역사 전문가로, 과거 일본의 릿쿄(立敎)·게이오(慶應)대학과 한국의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공부했다.

한편 더든 교수 등 미국 역사협회(AHA) 소속 역사학자 19명은 이날 연대 서명한 ‘일본의 역사가들과 함께 서서’라는 제목의 집단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의 미국 역사교과서 왜곡 시도를 규탄했다.

이들은 “최근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성 착취의 야만적 시스템 하에서 고통을 겪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과 다른 국가의 역사교과서 기술을 억압하려는 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국가나 특정 이익단체가 정치적 목적 아래 출판사나 역사학자들에게 연구결과를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