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2개 노선 운행 ‘고육책’

입력 2015-02-07 02:22

정부가 올해 4월 개통되는 호남고속철(KTX) 운행노선에서 서대전을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대전과 호남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광주·전남 등 호남권에서는 논란이 됐던 저속철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용객 편의도 개선해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대전에서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5일 ‘KTX 운행계획 방향’을 발표하며 호남KTX 운행을 용산에서 서대전을 거치지 않고 광주·여수로 바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대전을 경유하는 노선은 계룡·논산역을 거쳐 익산역까지만 운행키로 했다. 별개의 2개 노선을 운행키로 한 것이다.

호남KTX가 운행을 시작하면 하루 평균 3만519명이 이 열차를 이용해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자(2만6125명)보다 17% 정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 KTX가 서울·수도권에서 호남권까지 직행하게 되면서 소요시간이 크게 줄어 비행기, 고속버스, 승용차를 이용하던 이들이 KTX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TX 호남선의 이용률(전체 좌석에서 승객이 얼마나 탔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도 현재 72% 수준에서 75∼80%로 늘어날 전망이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6일 “지역 여망대로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고 빠르고 편리한 노선으로 KTX 운행이 이뤄진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배차간격 단축, 증편 등의 필요한 추가 조치가 수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호남권에서 요구한 KTX 직결운행 원칙을 정부에서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전·충남권 승객은 다소 불편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서울·수도권을 오가는 승객은 상관이 없지만 대전∼광주·목포를 잇는 KTX 노선은 익산에서 운행을 멈추도록 했기 때문이다. 충남에서 호남으로 가려는 승객은 iTX-새마을 등 일반열차를 이용하거나 익산에서 KTX로 환승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서대전·계룡·논산에서 광주·목포·여수를 오가는 승객이 하루 평균 1449명으로 적고, 일반열차를 이용하더라도 KTX를 이용할 때에 비해 시간이 15∼2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아 불편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전·충남에서 호남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약간의 불편함이 따를 것으로 예상돼 송구스러운 면이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서대전을 경유해 운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익산에서 내려 KTX로 환승할 때 대기시간은 7∼15분이 되도록 조정하고 일반열차도 늘릴 계획이다. 코레일은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호남과 대전 양쪽을 고려한 증편이 차후 경영 악화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국토부는 원칙에 충실한 철도 운영계획을 세웠다는 입장이다. 손병석 국토부 철도국장은 6일 브리핑에서 “고속철 건설 취지에 충실했으며 수요가 있으면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원칙에도 충실했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청주=홍성헌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