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덮친 비극에… 요르단, IS 보복 폭격

입력 2015-02-07 02:14
요르단군이 자국 조종사를 살해한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보복으로 5일(현지시간) 전투기 30대를 동원해 시리아 내 IS 은신처를 공습했다. 출격하는 전투기에 아랍어로 ‘적들에게 지옥을 보여주겠다’는 글씨가 적힌 폭탄이 장착돼 있다. AFP연합뉴스
요르단 정부는 작전명을 숨진 조종사 이름을 딴 ‘순교자 마즈’로 명명하고 IS 훈련시설과 무기고를 파괴하는 장면을 TV로 중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걸까요. 남편은 그날 아침 ‘여보, 오늘은 안개가 끼어서 비행이 취소됐으면 좋겠어’라고 말했거든요. 평소에는 절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 말을 한 뒤 몇 시간 만에 전투기가 추락해 남편이 포로로 잡혔던 거죠.”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27)의 아내 안와르 타로네(25·사진)는 ‘이슬람국가(IS)’에 붙잡힌 남편이 불에 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실신했었다. 병원으로 옮겨졌던 안와르는 지금도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겨우 만나 5일(현지시간) 관련 소식을 전했다.

안와르는 남편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수도 암만의 한 대학에서 개최된 ‘마즈 무사귀환 촉구’ 집회에 참석 중이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와 계속 울먹거리기만 했다. 순간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아챘지만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를 몰랐다. 전화를 끊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확인한 그녀는 사람들이 ‘남편의 명복을 빈다’는 댓글을 잔뜩 올린 것을 확인했다. 이후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그녀는 남편이 쇠창살에 갇혀 불에 태워져 죽는 장면의 동영상이 공개됐다는 소식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또 앞으로도 그 동영상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와 마즈는 지난해 7월 결혼했다. 둘은 어렸을 적부터 꿈에 그리던 터키 이스탄불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 이후 지난해 12월 24일 남편이 포로로 잡히기 전까지 둘은 그야말로 꿀맛 같은 신혼을 보냈다. 안와르는 “남편과 함께한 지난 5개월이 25년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둘은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이름도 지어놓았다. 남편은 아들 이름으로 ‘아부 카람’을 지었고, 안와르는 딸 이름으로 ‘레야’를 생각해뒀다. 매일같이 ‘아부 카람과 레야를 낳아 행복하게 잘 살자’고 다짐했던 신혼부부의 꿈은 순식간에 지옥 같은 삶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남편이 포로로 잡히던 날 자신은 ‘순교자들을 위해 오늘 2번이나 기도를 했다’면서 ‘당신도 오늘 일몰 때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면서 “그랬던 그가 스스로 순교의 길로 들어섰다”고 오열했다.

요르단 정부가 이날 전투기 30대를 동원해 시리아 내 IS 시설에 대해 보복 공습에 나섰지만 요르단 내에서는 더 강도 높은 보복공격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요르단은 특히 특수부대를 파견해 IS 본부 등을 타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아랍권에서 요르단 특수부대는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압둘라 2세 국왕이 특전사령관 출신이어서 특수부대를 적극 양성해왔기 때문이다. 규모도 3개 여단 1만4000명으로 상당히 큰 편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10월 미국과의 밀약에 따라 요르단의 4000명급 특수부대가 이라크에 이미 투입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