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방송, 정부 가이드라인 봐서? ‘저널리즘 포기’ NHK 회장 발언 논란

입력 2015-02-07 02:11
모미이 가쓰토(72) 일본 NHK 방송사 회장이 전후 70주년을 맞는 올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방송을 내보내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모미이 회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종전 70주년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방송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위안부 문제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 보이지 않으므로 방송하는 것이 타당한지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여름까지 정부 방침을 알 수 있는지가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전후 70주년을 맞아 8월에 발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담화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전쟁이 얼마나 비참했는지와 함께 우리가 폐허로부터 어떻게 일어섰는지를 전하는 프로그램을 넣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미이 회장은 한 기자가 “정부는 고노(河野)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혔는데 (모미이 회장은) ‘정부의 스탠스가 보이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은 고노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느냐”고 묻자 “그런 도발적인 질문은 하지 말아 달라”며 답을 회피했다.

일본 언론들은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그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아사히`문은 “저널리즘은 스스로 과제나 주제를 찾고 (시민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그의 발언이 NHK의 저널리즘을 손상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공영방송은 국민의 방송으로 국영방송이 아니다”며 “권력자의 견해를 듣고 일정한 방향으로 전하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마이니치신문도 “자율적인 방송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혹평했다.

모미이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정부가 오른쪽이라고 하는 것을 NHK가 왼쪽이라고 할 수 없다” “위안부는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전쟁을 한 곳에는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당시 그가 NHK를 이끌 자격이 없다는 비판과 사퇴 요구가 쇄도했고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