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최근 여성의 역할과 행동 규범, 그리고 금기사항을 담은 1만자 분량의 선언문을 공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는 선언문에서 여성을 단순히 후대를 양성하는 ‘도구’로서만 여기는 전근대적인 여성관을 드러냈다.
IS의 여성 부대 ‘알칸사 여단'이 지난달 아랍어로 펴낸 이 선언문은 영국의 반극단주의 싱크탱크 퀼리엄재단에 의해 영어로 번역됐다.
선언문에 따르면 무슬림 여성은 9세가 되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다. 결혼 적령기는 16∼17세이며 20세 이전의 남성과 결혼하는 게 좋다. 또 여성은 언제나 감춰지고, 가려진 채로 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은 15세까지만 받아야 하며 이후에는 베일에 가려진 채 사회를 관조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서구식 생활 모델이 여자들을 망친다고 주장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 종교를 멀리하고 타락한 사고방식과 부정직한 생각을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옷가게와 미용실에 만연한 도시화·현대화·패션 등의 풍조는 악마의 작품이어서 피해야 한다. 귀고리나 피어싱을 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된다.
선언문은 여성들의 외출에 대해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참여할 남자가 없어 여자가 나서야 할 때나 종교 공부를 할 때, 여자가 의사 또는 교사인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집 밖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들도 이슬람 율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퀼리엄재단은 “무슬림 여성의 근본적 역할은 엄마이자 주부라는 게 선언문의 요지”라면서 “서방 출신 젊은 여성들을 IS로 유인하려고 내세우는 ‘짜릿한 모험’은 실제로는 남성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지하디스트와 결혼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입국한 서방 여성은 5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IS 전사와 결혼하는 순간 그들의 삶은 장막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손병호 기자
“여성은 9세부터 결혼… 학교는 15세까지만”
입력 2015-02-07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