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받고 싶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어묵’에 비유해 폄하하는 사진과 글을 인터넷에 올린 김모(20)씨.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장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1일 자진 출석한 그는 그런 사진을 올린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원고와 아무 관계도 없는데 왜 친구 잃은 학생들을 희생양 삼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악의(惡意)를 드러낸 걸까.
지난달 26일 오후 4시57분 김씨는 직접 단원고 교복을 입은 채 한손에 어묵을 들고 찍은 사진을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올리며 ‘친구 먹었다’는 제목을 달았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이 ‘물고기 밥’이 돼 어묵으로 만들어졌다는 천박한 비유였다. 참사 당시 한 인터넷방송 BJ(개인 방송자)가 “세월호 희생자 분들이 익사하셨죠. 익사했으니 오뎅(어묵)처럼 팅팅 불어 터졌겠구나”라고 말하면서 알려진 표현이다. 이후 일베 회원들은 희생자 사진에 ‘주문하신 특대 오뎅이요’ 등의 글을 달며 광적인 유희로 변질시켰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사진을 올리기 한 달 전 10만원을 주고 중고 단원고 교복을 샀다. 이어 카카오톡으로 알게 된 조모(30)씨와 범행을 모의했다. 김씨가 카카오톡으로 ‘제목을 뭐로 할까’라고 묻자 조씨는 ‘친구 먹었다’로 하라고 답해줬다. 학생 수백명이 숨진 참사를 일베에서 회원들의 ‘추천’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 것이다. 두 사람 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격분한 추교영 단원고 교장과 유족 등이 게시글 작성자를 모욕 혐의로 단원경찰서에 고소하자 이들은 자진 출석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을 특정 집단과 동일시하면 그 집단의 평가만 중요해지고 다른 사람들의 지적은 오히려 관심을 끄는 것으로 여긴다”며 “소위 ‘욕먹을 만한 행동’에 환호하는 회원들을 보며 자기 행동을 정상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단원경찰서는 모욕 혐의로 김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조력자 조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6일 “계획적으로 범행한 정황이 확인됐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병을 확보해 추가 범행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단원고 희생자 ‘어묵’ 비하범은 20代 일베 회원 “관심 받고 싶어서…”
입력 2015-02-07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