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증세 논란] 숨고르기 들어선 與, ‘복지축소·증세’ 불안감 커지자 속도조절

입력 2015-02-07 02:02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주류 ‘투톱’인 이들은 당내에서 증세·복지 논의가 계파 간 갈등으로 비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속도를 조절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새누리당 비주류 ‘투톱’이 속도조절에 나섰다.

박근혜정부 핵심 정책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전략 수정을 계속 요구할 경우 당청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증세 없는 복지’라는 딜레마와 관련해 ‘그렇다면 복지를 줄일 것이냐, 아니면 세금을 늘릴 것이냐’는 본질적인 질문에 현재로선 마땅한 해법이 없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증세 없는 복지’ 논쟁에 불을 붙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6일 “저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겠다”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당·정·청 간에도, 여야 간에도, 여야 각 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친박(친박근혜)을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가 치밀한 준비 없이 복지·증세 문제를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너무 쉽게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같다”고 비유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유 원내대표는 “중요한 정책 문제에서 생각의 차이를 마치 무슨 당내 계파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당내에서 정책 문제를 두고 치열하고 건강한 토론을 통해 당의 입장을 정리하고 국민적 합의를 수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원대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신임 원내 지도부는 이른 시일 내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복지·증세 논쟁에 대한 당론 마련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도 들불처럼 번져가는 복지·증세 논란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는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란 측면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견 차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 예산이 잘 쓰이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과잉 사회간접자본(SOC) 등 세출 낭비 요인을 제거하고 난 뒤에도 더 나은 대안이 없을 때 납세자인 국민에게 물어본 다음 마지막 수단인 증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한목소리로 ‘증세 없는 복지’ 논쟁에 브레이크를 잡은 이유는 마치 당장 증세가 이뤄지고 복지가 축소될 것 같은 불안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비판을 청와대를 겨냥한 공격으로 생각하는 친박 일부 의원들이 반발할 경우 ‘비주류 대(對) 친박’이라는 해묵은 계파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