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사진) 전 서울시장이 “증세는 마지막에 선택해야 하는 최후의 정책적 판단”이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증세·복지 논쟁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정치권이 복지 재원 마련에 대한 구상 없이 표를 얻기 위해 무상복지를 하면서 현재의 사단이 났다고 했다. 당장은 증세보다 현행 무상복지의 부작용을 고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는 제언이다.
오 전 시장은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수년간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다”며 “이미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에 담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증세는 가장 마지막에 선택해 하는 게 상식인 만큼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제도의 맹점을 검토해 문제를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급한 ‘복지 구조조정’과 맥이 닿아 있다.
오 전 시장은 그러나 “줬다 빼앗는 복지 구조조정이 아니라 불필요한 투입을 줄이는 복지 효율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랜만에 나와서 ‘과거에 제가 했던 말이 옳았지 않느냐’고 떠드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며 여러 차례 인터뷰를 고사하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오 전 시장은 “현 무상보육 체계에서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혼자 손해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며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분들도 어린이집에 보내게 돼 불필요한 가수요만 촉발시키고 아이에게 가는 서비스의 질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또 무상급식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다보니 학교 시설 수리비, 교실 냉난방비 등 교육을 위해 사용해야 할 예산이 줄어드는 폐해가 나타났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한국사회에서 복지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의 복지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게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복지”라고 지적했다. 당장은 선별적 복지에 나서고 이후 재원이 마련되면 복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 전 시장은 다만 “4년 전 (무상복지를 막기 위해) 시장직을 걸 때는 최소 10년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걱정이 됐었는데 이렇게 빨리 복원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을 하기엔 시기가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시장까지 했던 사람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어떤 형태가 됐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 복귀 의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만 4월 보궐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무상급식 범위를 정하는 주민투표를 추진했지만 투표율 저조로 투표함조차 개봉하지 못해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과잉 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빚을 지운다”며 반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년간 해외에 머물다 최근 귀국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복지·증세 논란-인터뷰] ‘무상급식 반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증세는 최후의 정책적 판단”
입력 2015-02-07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