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수입 첫 감소… ‘성형 한류’ 시드나

입력 2015-02-07 02:05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는 의료관광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국제수지 중 건강 관련 여행수입이 사상 처음 감소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계에선 뚜렷한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연이어 터진 의료 관련 추문과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특정 국가의 방문객 감소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건강 관련 여행수입은 3억4800만 달러로 2013년(3억7290만 달러)보다 6.5% 줄었다. 2006년 해당 통계가 처음 집계된 이후 건강 관련 여행수입이 줄어든 건 처음이다. 건강 관련 여행수입은 2011년 46.0%, 2012년 54.3%, 2013년 84.9% 등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정부 입장에선 전임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심혈을 기울인 분야라 지난해 감소세는 충격적이다.

이 지표는 외국인이 국내 의료기관에서 쓴 카드 결제액과 외국환 은행에서 환전할 때 의료 등을 환전 목적으로 제시한 금액을 통계로 잡았기 때문에 의료관광의 성과와 직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류에 힘입어 탄력받던 의료관광의 성장이 정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국인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의료 한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성형외과에 수술 장면을 녹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관영 CCTV를 비롯한 중국 언론들도 한국의 성형수술에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는 지난달 10일 ‘성형의 악몽’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으로 가 성형수술을 받았으나 실패한 중국인 여성 3명의 사례를 집중 보도했다. 20∼30대인 이들은 2010∼2013년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등에서 얼굴 수술 등을 받았으나 이후 입술이 안 맞고 광대뼈가 짝짝이가 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 중 천모(33)씨는 지난 4년 동안 회복수술 과정에서 모두 60여만 위안(1억여원)을 썼다. 이 매체는 피해자들이 외출을 못하는 등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한국 성형외과들의 ‘무책임한 의료행위’를 비판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외국인 환자의 감소세 전환 등 기류 변화는 아직 명확하게 포착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병원 진료 이용실태를 조사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8월 표본조사를 토대로 증가세가 이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진흥원은 2009년부터 병의원의 신고를 받아 외국인 환자 수와 진료수입액을 집계하고 있다. 매년 4월 공식 집계가 나오지만 중간에 표본조사로 분위기를 파악한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는 외국인 환자가 25만명으로 전년보다 4만명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는 설명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환자 유치는 위축된 것으로 안다”며 “중동 등 다른 지역의 환자가 늘기 때문에 증가세는 이어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