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2부)] ① 장미희뷰티연구소 장미희 대표이사

입력 2015-02-09 09:03 수정 2015-02-09 21:13
장미희뷰티연구소 장미희(55) 대표가 지난 3일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이지쓰위그 사무실에서 기자에게 항암 가발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암환자에게 웃음과 사랑을 주는 기업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장미희뷰티연구소 장미희(55) 대표이사는 암환자를 위한 가발(일명 항암 가발)을 임상시험하기 위해 2007년부터 3년여간 삭발을 했다. 1996년 ‘이지쓰’라는 업체를 설립한 장 대표는 패션 가발을 만들다 2000년 항암 가발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이지쓰의 사업을 확장한 ㈜이지쓰위그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장 대표는 “패션용 가발은 머리카락이 있는 상태에서 쓰지만 암환자용 가발은 머리카락이 없는 상태에서 쓴다”며 “암환자와 비슷한 체험을 하려고 삭발을 했다”고 말했다. 한두 번 삭발을 한 게 아니다. 이 기간 동안 두 달에 한 번씩 머리를 밀었다.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가발을 출시하고도 강의 때 만나는 암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또 4년여간 삭발을 했다. 장 대표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의료원 등에서 암환자를 위한 외모관리 강의를 했다.

장 대표의 이 같은 연구 열정과 암환자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항암 가발을 개발하게 만든 것이다. 2004년 제품으로 출시한 항암 가발은 2006년 암환자를 위한 기능, 디자인으로 발명특허와 디자인특허를 받았다. 현재 매출은 연간 5억여원에 달한다.

장 대표가 개발한 항암 가발은 이물감이 적다. 암환자는 거의 24시간 가발을 쓰기 때문에 가발을 썼는지, 안 썼는지 모를 정도로 이물감이 적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 대표는 사람의 두상을 48등분 해 자극에 민감한 부분과 민감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과학적으로 제품화했다.

또 통풍이 잘돼 땀이 잘 배출된다. 암환자는 일시적인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갑자기 땀이 날 때가 많아 땀 배출이 중요하다.

가발 앞부분을 톱니 형태로 만들어 민머리에도 미끄러지지 않고 얼굴형에 맞춰 외관상 자연스럽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에는 항암 치료 후 머리카락이 나면 패션용 가발로 활용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대구가톨릭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디자인, 미용, 패션 등에 관심이 많았다.

1985년 2월 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용기술을 배워 부산에 피부숍을 차렸다. 어느 날 외국 잡지에서 가발을 봤다. 순간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그는 “이거다”라고 외쳤다. 당시만 해도 한국시장엔 패션 가발이 없었다. 책에 소개된 가발은 한국산이었다.

그는 제조회사를 찾아가 샘플을 사다 대학 인근 옷가게에 뿌렸다.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다시 업체를 찾아가 국내 총판권을 샀다. 이어 사업체를 만들어 대학가 옷가게에 가발을 공급했다.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던 태화백화점에까지 진출했다. 95년 태화백화점 잡화코너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백화점 8곳에 제품을 납품했다. 이지쓰를 세운 뒤 벌어들인 돈을 세느라 밥 먹을 시간도 부족했다. 그때 외환위기가 닥쳤다. 그가 받은 어음들이 부도나면서 사업은 풍비박산이 났다.

2000년 어느 날 외환위기 이후 암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여성 암환자도 늘어 탈모 여성이 많아졌다고 했다. 유방암 등 여성 암은 주로 호르몬 이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호르몬 치료를 하게 되면 머리가 빠진다. 머리카락이 없는 것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여성들은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2차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성 암환자들을 위해 가발을 만들기로 했다. 가발을 만들려면 원사를 알아야 했다. 장 대표는 대구가톨릭대 디자인대학원에 진학해 2003년 미술학 석사를 마친 뒤 이듬해 암환자를 위한 가발을 정식 출시했다. 제품은 나오자마자 크게 주목받았다. 2004년 5월에는 여성발명 우수사례로 특허청장상, 2011년엔 세계여성발명협회 여성발명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때부터 속눈썹 연장기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속눈썹 연장기기도 히트를 치면서 2013년 세계여성발명대회 금상을 받았다.

장 대표는 가발과 속눈썹 연장기기 기술 보급과 인재 양성을 위해 2013년 ㈔세계가발패션 예술인협회를 만들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8일 “협회를 통해 제품뿐 아니라 가발을 다듬고 속눈썹 연장기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 콘텐츠로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사업 확장 못지않게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비즈니스 선교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를 섬기고 있는 장 대표는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된 새내기 성도다. 그가 고신대 대학원을 다닐 때 많은 이들이 전도했지만 다 무시했다. 그러다 한 지인이 ‘7080 노래’를 들으러 가자고 해 따라간 곳이 교회였다. 그는 이곳에서 찬양을 처음 듣고 은혜를 받았다.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정착했다. 예수를 영접한 이후 그의 삶은 기도와 간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암환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신앙의 도움이 컸다. 암환자 외모관리 강의나 암환자 돕기 가발 패션쇼 등 자신의 달란트를 통해 아픈 자들의 가슴속에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는 계획이다.

“이전에 돈을 잘 벌 때는 내가 제일 잘난 줄 알았는데 하나님을 만나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됐습니다. 남은 삶은 주님 안에서 더 낮은 자세로 다른 사람을 섬기며 살고 싶습니다.”

◇약력=1961년생. 대구가톨릭대 불문과, 부산 고신대학원 보건학 박사. 1996년 이지쓰 창업. 2004년 여성 발명 우수사례 특허청장상. 2006년 ㈜이지쓰위그로 확장 및 사명 변경. 2011년 세계여성발명대회 금상. 현 장미희뷰티연구소 대표이사, ㈜이지쓰위그 부사장. ㈔세계가발패션 예술인협회 회장.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