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자치회관 철거 잠정중단

입력 2015-02-07 02:26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에서 6일 오전 중장비를 동원해 철거작업을 하던 강남구청 및 용역업체 직원들이 법원의 철거 중단 결정에 따라 철수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서울 강남구가 6일 개포동에 있는 대규모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의 주민자치회관 철거에 들어가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개발 방식을 놓고 팽팽히 맞서온 서울시와 강남구가 지난해 12월 전면 수용·사용방식(현금보상)의 개발에 어렵게 합의했지만 토지주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남구는 이날 오전 7시50분쯤 주민자치회관으로 사용되는 농수산물 직거래용 가설점포를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시작했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2시간 반 만에 중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구룡마을 토지주들로 구성된 ㈜구모의 신청을 받아들여 철거작업을 오는 13일까지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구청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철거를 강행하자 전날 밤부터 모여든 주민 100여명이 거세게 항의했다. 철거작업은 중단됐지만 건물은 외장재가 거의 떨어져 나가 뼈대만 남은 상태였다. 주민 이운철(58)씨는 “오늘 법원 결정이 날 테니 두 시간만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구청이 강제로 밀고 들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구 측은 “농산물 직거래 점포로 사용한다고 신고하고 설치한 건물”이라며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으로 간판을 걸고 일부 토지주의 주택과 사무실 등으로 사용해온 불법 건축물”이라고 철거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강남구가 자치회관 철거에 나선 것은 구룡마을 개발을 앞두고 토지주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들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합의한 개발방식에 반대해 지난달 중순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강남구는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다시 지정받고 개발계획을 새로 입안해 시(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결정이 마무리되는 게 목표”라며 “이후에도 착공하려면 실시계획 수립과 보상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구룡마을 개발이 가시화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구룡마을을 애초 전면 수용·사용방식으로 개발하기로 했으나 2012년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일부를 토지로 보상하는 혼용방식(현금보상 및 환지) 도입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러자 개발계획 입안자인 강남구가 토지주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해 사업이 표류했고 지난해 8월 4일 구역지정 고시가 실효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로 열악한 주거 환경이 다시 부각되자 시는 강남구와 전면 수용·사용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정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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