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父子, 글로비스 주식 13.4% ‘블록딜’ 성공

입력 2015-02-07 02:06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 13.39%를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 부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도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정 회장 부자는 6일 보유 중이던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1460주(43.39%) 가운데 502만2170주(13.39%)를 시간외 블록딜 형태로 처분했다. 국내와 해외 기관투자가가 절반 정도씩 물량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은 전날 현대글로비스의 종가 23만7000원보다 2.7% 낮은 주당 23만500원으로 결정됐다.

매각 성사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9%(정 회장 6.71%, 정 부회장 23.28%)로 낮아졌다.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30% 밑으로 떨어지면서 정 회장 부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월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은 계열사의 지분 30% 이상(상장사 기준)을 소유한 그룹 총수 일가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한층 쉬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이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의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주식 매각으로 정 회장 부자는 1조1000억원 수준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어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가 필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 회장 부자는 지난달 12일에도 블록딜을 추진했으나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이번 주식 매각 가격은 당시보다 5만원 정도 낮다.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