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검사와 여선생

입력 2015-02-07 02:10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펀치’는 검찰조직 내 힘겨루기를 박진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검차장, 대검 반부패부장 및 수사지휘과장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인다. 270억원 비자금, 자녀 병역비리, 국제초교 부정입학 사건을 터뜨리며 ‘경쟁자 죽이기’를 서슴지 않는다. 검찰조직이 권모술수와 냉혈 인간들로 꽉 차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6일 대검 청사에서 상영회를 한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1948년·윤대룡 감독)은 이와 정반대 분위기다. 소학교 시절 여선생의 보살핌을 받은 고학생이 검사가 돼 살인죄로 기소된 여선생을 도와 누명을 벗겨준다는 스토리다. 검사의 인간적인 면모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라 불린다. 사회 정의와 인권을 구현하는 준사법기관이어서다. 비리와 부정을 파헤치고 악인(惡人)을 징벌하는 데 신명을 바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국민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축첩 검찰총장, 성 접대 법무차관, 음란행위 지검장, 스폰서 검사, 벤처 여검사를 보면서 부패를 뿌리뽑아야 할 검찰이 제 몸 간수도 못한다고 비판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펀치 시청자들은 검사들이 사회 곳곳에 똬리 튼 거악을 척결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기 자리 보전에 몰두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900여명 검찰조직에는 불의에 맞서는 용기 있는 검사, 진실만을 좇는 공평무사한 검사, 스스로에게 엄격한 반듯한 검사가 적지 않다고 본다. 이에 더해 여선생을 도운 검사처럼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마음씨 따뜻한 검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대신 펀치에 등장하는 권력지향형 정치 검사는 일찌감치 옷을 벗기는 게 옳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