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흔히 노래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대중적인 공연예술이라 정의한다. 여기서 ‘대중적’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는다면 공연 중인 뮤지컬 ‘로빈훗’이 걸맞다. 소설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된 원작, 영국의 설화 로빈훗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기 때문이다. 배우 유준상(46)과 엄기준(39),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규현(27)과 비스트의 양요섭(26) 등 팬층이 두터운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고 뮤지컬 ‘조로’ ‘프랑켄슈타인’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친근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 온 왕용범(41) 연출이 제작한다는 점도 그렇다.
‘대중적’이라는 말 속엔 특별한 무엇이 없으면 지루하고 뻔해질 수도 있다는 한계도 있다. 실제로 작품은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른다. 십자군 전쟁 당시 왕위를 빼앗기 위해 계략을 꾸민 존 왕자(서영주)와 노팅엄 영주 길버트(조순창·박진우)에 의해 로빈 록슬리(유준상·이건명·엄기준)는 왕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쓴다. 셔우드 숲으로 도망치다 만난 의적 패거리는 “먹을 것 없고 뼈 빠지게 일해도 세금을 내느라 밥 한 끼 먹을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로빈은 자연스레 무리와 어울리게 되고 숲의 우두머리가 된다. 이름을 로빈훗으로 바꾸고 곳간에 쌓여있는 세금을 털어 가난한 이들이 먹고 마실 수 있게 한다. 왕위를 받기 위해 궁전으로 향하던 필립 왕세자(박성환·규현·양요섭)는 살해 위협을 피해 숲 속을 전전하다가 로빈훗을 만나 지도자로 변모한다.
작품은 2005년 독일에서 초연한 뮤지컬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됐다. 절절한 감동이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화려한 쇼는 없다. 그럼에도 주요 배역이 뿜어내는 시원한 가창력과 두 남자가 알콩달콩 선보이는 케미(궁합)는 극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곳곳에 박혀있는 B급 웃음코드는 그간 왕 연출이 보여줬던 문법을 차용했다. 남녀노소 누가 봐도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실제로 공연장에는 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 한 가족 단위 관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장면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자유를 향한 갈망, 그리고 두 남자의 우정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특히 2막 후반의 과거 회상 장면은 신의 한 수다.
배경인 12세기 영국의 참담한 상황이 현재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관객도 있을 수 있겠다. 대사와 넘버를 들으며 속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세금은 느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울부짖는 백성들, “가진 게 없어도 살아야만 하는 나약한 백성을 살피겠다”는 필립의 굳은 다짐은 절박함과 함께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담아낸다. 다음달 29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김미나 기자
[공연 리뷰-뮤지컬 ‘로빈훗’] 스타 배역들 뿜어내는 시원한 가창력 돋보여
입력 2015-02-09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