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은 모든 생명체의 원초적 본능이다. 약육강식으로 표현되는 자연의 법칙은 엄격하고 때론 냉정하다. 그렇다 해서 늘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실은 살아남은 것은 더 강한 존재들이라 할 것이다.
생존을 위한 이기적 행동방식과 적응력이 필요한 자연계이지만 모든 생물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자기 생존보다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한 집단의 보전을 우선시하는 ‘혈연선택’을 통해 벌과 같은 사회성 생물들은 생존력을 강화한다. 자신이 희생하더라도 유전적으로 가까운 다른 개체들을 보호하고 번식 성공률을 높임으로써 자기 집단을 지속시킨다. 이 과정에서 자기보다 집단을 먼저 배려하는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 영국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1960년대에 혈연선택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는데 이를 ‘해밀턴 규칙’이라 부른다.
이 규칙은 이타적 행동을 유발하는 조건을 설명한 것으로 ‘C〈r×B’로 표현된다. 여기서 r은 자신과 타 개체 간의 ‘유전적 연관도’로서 형제와는 0.5, 삼촌·조카와는 0.25로 표현된다. C는 지불하는 ‘비용’이고 B는 얻는 ‘이익’인데, 비용은 자신이 희생되어 낳지 못하게 되는 자식의 수이고 이익은 자신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형제들이 낳는 자식의 수라 보면 된다. 예로 보통 5마리의 자식을 낳는 종이 위험에 처했을 경우를 보자. 5형제 중 한 마리의 이타적 행동을 이 공식에 대입하면 1(희생되는 수)×5(태어날 자식의 수)〈0.5×4(살아남은 수)×5(태어날 자식의 수)가 되어 부등호의 조건이 성립된다. 이 연구는 자신의 집단을 위한 자기희생이 왜 가능한가를 보여준다.
지난 며칠 축구 국가대표인 차두리 선수의 활약이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대에 걸쳐 그의 몸에 흐르는 축구 유전자가 해밀턴 규칙을 이해하고 노장 투혼이라는 자기희생을 발현시킨 것은 아닐까? 이를 통해 한국축구 집단의 생존과 지속가능 발전의 전환기를 맞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똑똑함은 노력함을, 노력함은 즐기는 자세를 능가할 수 없다는 표현 이상으로 경기 그 자체를 즐기며 솔선수범의 희생을 보여준 차두리 선수. 척박한 겨울현실을 잠시 잊고 따스함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노태호(KEI 글로벌전략센터장)
[사이언스 토크] 해밀턴 규칙과 차두리
입력 2015-02-07 02:10 수정 2015-02-07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