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선한 일을 사모하는 교회

입력 2015-02-07 02:00

1961년 10월 18일, 미국 뉴욕의 현대 미술 박물관에는 앙리 마티스의 추상화 ‘르 바또’가 전시됐습니다. 40여일 동안 10만명이 이 그림을 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이 기간 동안 그림은 거꾸로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며 제자의 삶을 산다고 하는 우리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날 왜 그렇게 교회와 성도를 향한 비난의 소리가 많은지요. 어떤 때는 화가 납니다. 그러나 여기에 우리가 들어야 할 교훈이 있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비난하는 것은 미술관이 마티스의 명화를 뒤집어 걸었듯이 교회가 소기의 목적을 뒤집어서가 아닐까요. 주님께서 주신 소명과 진리를 거꾸로 걸어놓고 세상의 풍조를 따라 사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지난 한 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한 낯선 외국인의 모습입니다. 그 외국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바티칸 교황궁 대신 방 두 개 아파트를 선택하고, 교황 즉위 첫날부터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그의 모습은 교회를 조롱하기 바쁘던 언론조차도 매료시켰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교황이 보인 그런 모습은 예수 닮은 그리스도 제자의 삶입니다. 웅장한 교회의 외형과 정치권력을 벗어 던진 진정한 예수님 제자의 모습입니다.

교회의 기본 목적은 그리스도께서 세상에서 하신 것처럼 행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육신으로 오셔서 구주가 되었습니다. 엄청난 기적을 행했으나 정작 이 땅에 있는 동안 늘 가난했습니다. 의로우신 예수님은 평범한 갈릴리 어부들과 함께 어울렸고 죄인들과 병자들의 발을 씻겼습니다. 또 세리와 창녀에게 친구이자 위로자가 돼 주었습니다.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왜곡되고 뒤집혀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님이 창조한대로 회복한 것이 예수님의 사역이었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사역을 제자인 우리가 다시 뒤집어 놓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본문은 ‘사람이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함은 선한 일을 사모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감독의 일을 하려면 ‘권세를 가지라’거나 ‘조직을 만들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선한 일을 사모하라’(desires a noble task)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처럼 이웃을 사랑하고 썩고 오염된 세상 속에서 빛으로 소금으로 사명을 다하며 고귀한 일을 사모하는 것이 감독의 소명입니다. 그리고 천국 백성의 사명입니다.

교황의 모습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건 어쩌면 그리스도의 제자를 자처하는 우리에게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경고입니다. 지금 세상은 예수님이 이 땅에서 계시는 동안 보여준 놀라운 모습을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선한 일을 사모하는 그리스도 제자들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예수의 제자로서 이웃과 가족에게 심지어 원수에게도 고귀한 일을 실천하는 제자가 됩시다. 그래서 교회의 올바른 목적을 이루어 가는 성도가 됩시다.

전상호 목사(로고스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