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협박女’ 대기업 사장 맞고소

입력 2015-02-06 02:04
“당신의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 외도 사실을 당신 아버지와 아내에게 알려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겠다.”

지난해 7월 미인대회 출신 김모(31)씨와 그의 남자친구 오모(49)씨는 재벌가 자제이자 대기업 계열사 사장인 A씨를 협박했다. 실제 성관계 동영상은 없었다. 다만 A씨가 옷을 벗고 있는 장면이 찍힌 영상은 있었다. 이들은 이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우선 꺼내 보이며 A씨에게 “사진 외에 성관계 동영상도 있다. 30억원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A씨는 이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송금해줬다. 김씨 등이 잔금을 요구하자 A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말 이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수사 결과 이들의 범행은 6년 전인 2008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김씨는 2008년 10월 자신의 지인이 A씨의 내연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서울 강남에 있는 지인의 집 천장에 특수카메라를 설치했다. 둘의 성관계 동영상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지인이 나중에 난처한 상황에 처할까 걱정돼 동영상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처음부터 공갈·협박을 목적으로 동영상을 찍은 건 아니었던 것 같지만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성관계 장면 촬영에는 실패했으나 A씨가 지인의 집에서 나체로 돌아다니는 영상을 확보했다.

이 동영상은 결국 5년 뒤 협박용으로 둔갑했다. 2010년 10월 직접 A씨와 몇 차례 성관계를 가졌던 김씨는 2012년 8월 A씨를 찾아가 “전세자금 1000만∼2000만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김씨는 남자친구 오씨와 함께 예전에 확보해둔 동영상으로 A씨를 협박하며 30억원을 요구했다. 4000만원을 받아낸 뒤 “남은 29억6000만원도 어서 송금하라”고 A씨를 압박하다 지난달 말 검찰에 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김씨와 오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그러자 수감 중인 김씨는 “A씨가 나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강제로 찍었다”며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서울 성북경찰서에 맞고소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우편으로 제출한 고소장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갖던 중 A씨가 내 두 손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카메라를 꺼내 일방적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지워달라고 부탁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김씨와 A씨를 상대로 동영상이 김씨 의사에 반해 촬영됐는지와 고의성 여부 등을 조사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