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악화… 복지 구조조정 불가피

입력 2015-02-06 02:30
박근혜정부가 내세웠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은 여당에서조차 ‘불가’ 판정을 받았다. 국민일보가 5일 긴급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서도 20명의 경제·세제·복지 분야 전문가 모두 ‘증세 없는 복지 불가’에 손을 들었다. ‘절벽’에 다다른 열악한 재정 여건을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수준 이상의 복지를 지속하려면 돈이 더 필요하고(증세), 증세를 피하기 위해 받을 혜택을 줄일(복지 축소) 수밖에 없다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선택은 어느 쪽이 되어야 할 것인가.

국세청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국세 세수 실적이 세입예산 목표보다 9조2000억원 덜 걷힌 195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3년에 이어 지난해도 11조원(국세 외 세입 포함)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올해 세입예산 목표를 지난해 실적 대비 7.4%(14조4000억원) 증가한 210조1000억원으로 잡았지만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라 올해도 세수 결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3년째 계속되는 세수 부족으로 재정 적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5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전면적인 복지정책을 주장해 왔던 야당조차 기본권과 무관한 분야에 대해서는 선별적 복지 축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유아교육, 보육, 무상급식 등 헌법이 규정하는 기본권에 관한 기본적 복지 축소는 안 된다”면서도 “이 외 분야의 선별적 복지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구한테 더 걷고, 무엇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 모두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 부총리는 아예 “증세는 국민적 컨센서스(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국회에서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나서주면 정부도 나름대로 고민하겠다”며 국회에 공을 넘긴 상황이다.

국민일보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12명·60%)은 일단 증세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복지 축소가 우선된다는 의견도 7명(35%)으로 적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고부담·고복지(4명)’로 갈지, ‘저부담·저복지(6명)’로 갈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양하게 나뉘었다.

다만 현 상황이 문제로 진단됐다면 빠르게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전문가 과반 이상(13명·65%)이 올해와 내년 중에 증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논의를 못했다. 빠르게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지금 시작해도 최소한 1년은 걸릴 사항”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