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태원준 사회부장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다

입력 2015-02-06 02:41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어린이집 문제와 교육재정, 사교육비 대책 등 교육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서영희 기자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로 질문을 시작했는데 답변은 어느새 유보통합(영·유아 보육·교육체계 통합)을 거쳐 정부가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교부금 문제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유보통합 얘기가 나오는데….” “안 그래도 다음 질문이 그 문제입니다.” “이 얘기를 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설명이 필요한데, 그 질문도 있나요?” “네, 다음 질문입니다.”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시종 이렇게 진행됐다. 국회의원으로 줄곧 교육 분야 상임위에서 활동했고 여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낸 그의 머릿속에는 보육과 교육을 넘나드는 그림이 들어 있는 듯했다.



-가정양육 지원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무상보육의 틀이 바뀌는 건가.

“영아기인 0∼2세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영아교육의 대원칙은 부모의 품이다. 아이들은 애착관계 형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따뜻한 엄마의 심장, 아빠의 품을 느끼며 커야 한다. 무상보육이 확립된 북유럽도 아이를 하루 종일 (보육시설에) 맡기는 건 법으로 금지한다. 많아야 6∼8시간이다. 이후에는 부모 품에 돌려준다.

출발선에서의 평등이 중요하다. 어느 집안에 태어나든 모두 초등학교에 들어가듯 아이들은 (영·유아기에) 똑같은 대우를 받게 해줘야 한다. 그래서 유아교육은 국가가 맡는 공교육이 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 유보통합이 진행되고 있는데 오랜 시간 분리돼 있던 분야다. 하루아침에 통합하는 건 무리여서 단계적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할머니가 밥을 먹일 때 ‘아가 꼭꼭 씹어라’ 하지 않나. 밥을 먹이는 건 보육이지만 꼭꼭 씹으라는 건 교육이다. 둘은 뗄 수 없는 문제다. 총리실에 유보통합 기구를 만들어서 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재정을 통합시켰다. 지방교육재정에서 한다고 합의가 됐다. 재정을 교육부에서 맡는다는 건 ‘유아교육’으로 합치겠다는 뜻이다. 보육은 애를 돌보는 탁아의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단순히 케어(Care)하는 게 아니라 에듀케이션(Education) 개념을 넣어서 ‘에듀케어(Educare)’로 하겠다는 거다.

재정 통합 다음엔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 올해 할 것이다. 마치고 나면 내년에 교육청으로 보내려 한다. 기관 통합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긴 한데, 어쨌든 지금 착착 되고 있다.”



-대통령께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교부금의 틀에 손을 대야 한다는 말이 지금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교육재정이 모자란다는 쪽(교육계)에선 교부율을 올리든가 아예 국가 책임으로 하라고 요구하고, 다른 쪽(예산 당국)에선 국가재정이 어려운데 교육재정만 행복해서 되겠냐고 하고.

교육부가 교육재정의 틀을 다시 짜보려 한다. 지방재정 부분은 정리해줘야지, 안 그러면 올해 같은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피하지 못한다. 매년 손질하듯 할 수는 없다. 중기 차원의 보고서를 짜왔는데 다시 만들라고 했다.

대통령께서 저한테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든지 긴축해야 한다든지,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적은 없다.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에게 공교육 재정을 줄이라고 권고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 투자를 했다. 그것이 외환위기를 일찍 극복한 계기였다. 영국과 우리만 그렇게 했다. 교육 투자는 아주 효율적인 재정 투자이고, 미래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의무다. 교부율 인하는 굉장히 신중해야 할 문제다.”



-사교육비 문제가 고령화 시대에 국민의 노후를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사교육이 부모에게 강요되다시피 하는 근본 원인은 교육과정의 문제라고 본다. 교육과정은 학령에 따라 공부의 양과 수준을 정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달성했는지 평가한다. 우리는 그걸 상대평가로 해 왔다. 아무리 많이 공부해도 상위 4%에 들어야 1등급이 된다.

선생님은 그 4%를 가려내기 위해 96%가 풀지 못할 문제를 내야 한다. 이건 선생님의 슬픈 운명이고 교육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이 대목에 사교육이 끼어들고 있다. 선생님이 반드시 내야 하는 ‘96%가 못 풀 문제’를 맞히려고 사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제일 심각한 과목이 영어라고 봤다. 그렇게 공부하면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영어 실력이라도 향상돼야 하는데 영어 공포증은 여전하다.

그래서 사교육 문제를 해소하고 ‘즐거운 영어 공부’를 하도록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수학 국어까지 다 벌리긴 어려우니 우선 영어부터 하기로 했다. 풍선효과를 걱정하는데, 사교육이라는 음지를 양지로 바꾸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는데.

“20년 동안 논란만 하고 있었다. 시간문제지 바꿔야 한다고 본다. 왜냐. 우리와 일본만 3월에 입학한다. 세계 학생들이 다 졸업하고 나서 6개월 뒤 우리가 졸업하는 형국이다. 요즘은 취업도 글로벌 시대인데 남들 다 뽑고 나서 우리 학생들이 뛰어들면 경쟁력이 있겠나. 세계의 시계에 맞추려면 우리가 6개월을 당겨야 한다.

9월 신학기제로 전환하는 비용이 10조원이라는데 그건 옛날 얘기다. 지금은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오랜만에 교실과 선생님이 여유가 생겼다. 그만큼 비용이 줄어든다.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제적으로 추진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우리같이 정년이 빠른 나라에서 6개월 앞당겨 공부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는 건 10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경제효과가 있다.”



-취임 후 가장 가시적인 변화가 대학 구조개혁 부분이다.

“학령인구가 줄어서 고교 졸업생이 다 대학 가도 정원을 못 채운다. 2023년까지 대학생 16만명이 부족하다. 기존 해법은 대학을 줄이는 거였는데, 내 생각은 16만명이란 수요를 창출하면 되지 않느냐는 거다.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야 한다. 우리처럼 민주화·산업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개발도상국에) 당장 독일 배워라, 그러면 못한다. 하지만 한국은 와서 공부하고 따라하기에 아주 매력적인 나라다.

우리 해외동포 700만명이 있다. 그들의 자녀 중 상당수는 한국과 연을 맺고 살아간다. 한국에서 공부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다. 또 100만명 외국인 근로자. 돈만 벌어서 가게 하는 거보다 그 자제들을 공부시켜 보내면 어떨까. 가난한 나라 유학생이 한 명 온다면 우리가 장학금을 다 주긴 어려우니 한두 명 친척이 따라와 일하면서 학비 조달하고 공무 마치면 함께 돌아가도록 하면 된다.”태원준 사회부장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