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 관계기관이 빈곤층의 자립을 유도하기 위해 새로 출시키로 한 저축상품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계유지가 곤란한 차상위계층의 ‘재산형성’을 도와주겠다고 하면서도 정부의 직접 지원 없이 이자만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금적립액 자체가 작은 상황에서 금리를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빈곤층의 자립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4일 금융위와 미소금융재단 등은 ‘서민·취약계층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복지와 연계한 서민금융 신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미소금융 성실상환자(최근 3개월간 누적 연체가 10일 이하) 가운데 차상위계층 이하인 이들을 대상으로 재산 형성을 위한 저축통장을 만들어주는 ‘마이크로 세이빙(micro saving)’의 일환이다. 현재 미소금융을 취급하고 있는 은행 5곳과 협의를 거쳐 오는 9월쯤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상품의 특징은 미소금융재단이 원금의 6배를 통장에 추가로 입금해주고, 만기가 되면 재단이 입금액을 전액 회수하는 대신 이용자는 원금과 재단 불입분에 대한 이자를 함께 받는 것이다. 이용자가 월 5만원씩 저축하면 만기 때 이자 포함 약 270만원을 받을 수 있어 같은 금액을 일반 상품에 저축할 때보다 84만원 더 받을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4%대 중후반의 금리를 줄 방침이다.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5일 “지난해 기준 미소금융 성실상환자 약 3만1000명 가운데 차상위계층은 6000명가량”이라며 “상품 수요를 최소 3000명 정도로 잡고 있지만 신청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국은 높은 금리를 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복지연계 서민금융상품’ ‘재산형성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다소 미흡하다. 보건복지부가 자활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재산형성 프로그램 ‘희망키움통장’(차상위계층)의 경우 원금과 정부 지원금이 1대 1로 매칭되는 방식을 쓴다. 이용자가 월 10만원을 내면 정부지원금을 10만원 추가로 받을 수 있어 3년간 원금만 720만원이다. 지난해 가입자의 경우 기본금리 3.45%에 가산금리 0.8% 포인트를 더해 최대 4.2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미소금융 관련 마이크로 세이빙의 경우 사실상 최대 저축액이 월 5만원으로 제한된다. 재단의 최대 지원액이 월 30만원인 탓이다. 월 7만원을 저축해도 6배에 해당하는 42만원이 아닌 30만원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는다. 하지만 정부는 신규 저축상품이 서민금융을 성실히 상환한 이들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소금융은 3년짜리 대출자가 많기 때문에 3년간 꾸준히 저축해 종잣돈을 마련하면 대출상환 후 추가대출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생각해 봅시다] 원금은 회수… 이자 모아 ‘종잣돈’ 글쎄?
입력 2015-02-06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