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반짝반짝 빛나네요. 사랑스러운 나의 별. 까만 밤하늘을 포근히 안아주는 별 빛 하나.”
잔잔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자 객석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무대 위에는 나이도, 살아온 삶도 다른 여성 10명이 환자복을 입고 나란히 섰다. 목소리는 떨렸고 화음은 가끔 엇박자를 냈다. 지난 한 달 동안 직접 작사·작곡해 완성한 노래 ‘별’이 끝나자 관객 160명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5일 오후 3시 서울시립은평병원에서 올해로 6번째인 ‘아트 브뤼트 뮤직크 페스티벌’이 열렸다. ‘아트 브뤼트(Art Brut)’는 프랑스어로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을 뜻한다. 프랑스어 발음은 ‘아르 브뤼’다. 1945년 프랑스 화가 장 뒤비페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창작작품을 지칭하는 말로 처음 사용했다. 정식 예술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창작 활동을 이르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날 페스티벌에는 우울 장애, 양극성 장애, 조현병 등 정신장애나 알코올·약물 중독을 앓는 환자 60여명으로 구성된 7개 팀이 출전했다. 평소 갈고 닦은 실력과 각자의 특별한 사연을 담은 노래 13곡을 선보였다.
최모(30)씨는 객석에 앉아 자신이 작사한 노래 ‘52song’을 듣고 있었다. 그는 10여년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조울증이 심해지자 지난해 12월 이 병원 52병동에 입원했다 3주 전에 퇴원했다. 음악치료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씨는 “노래 작업을 하면서 조증(기분이 과도하게 들뜨는 증상)이 많이 가라앉아 지금은 외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페스티벌은 기존 노래의 일부를 바꾸거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송 라이팅(song writing)’을 통한 정신질환 환자 음악 치료의 하나로 기획됐다. 음악치료사 9명이 환자들과 함께 두 달간 동고동락했다. 증상에 따라 모인 각 병동의 환자들은 자신의 사연을 서로 털어놨다. 중독병동 환자들은 이혼, 가정파탄, 해고 등 아픈 기억을 꺼냈다. 그리고 이를 밝은 미래를 다짐하는 가사로 바꿔 나갔다. 환자들이 가사를 읽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면 음악치료사들은 이를 악보에 옮겨 한 곡의 노래를 완성했다. 무대에 올랐던 중독 질환자 A씨는 “음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삶에 생기가 돌고 활기가 찾아왔다. 음악 치료를 통해 환우들, 선생님과 함께한다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은평병원은 2012년부터 이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오선화(44·여) 음악치료사는 “퇴원 후 사회의 일원으로서 직장생활도 하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야 하는데 사회가 갖고 있는 선입견은 환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정신질환 환자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음악치료 통해 과거의 아픈 기억 지웠어요”
입력 2015-02-06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