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참사 막고 떠난 기장

입력 2015-02-06 03:00
5일(현지시간) 대만 수도 타이베이시 쑹산공항 인근 지룽천변에 전날 추락한 푸싱항공 여객기 GE235편의 동체가 인양돼 놓여져 있다(왼쪽 사진). 구조 당국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승객 11명을 계속 수색 중이다.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사고현장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에 보도돼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륧륲륳·빈과일보 홈페이지 캡처

3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만 푸싱항공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일부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동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망한 추락기 기장은 ‘메이데이(조난신호)’를 외치는 순간에도 끝까지 대형 사고를 피하기 위해 하천으로 방향을 틀어 영웅으로 떠올랐다.

5일 빈과일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4일 오전 푸싱항공 GE235기가 타이베이시 쑹산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지룽천변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일행 4명 중 3명이 구조 보트가 오가는 하천을 배경으로 서자 나머지 한 사람이 카메라를 눌렀다. 모두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한 여성은 손으로 ‘V’를 그렸다. 대만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한 네티즌은 “신상을 털어 알려야 한다”고 흥분했고, 다른 네티즌은 “대만 사람이 아니라 다른 나라 관광객이었으면 좋겠다”고 화를 냈다.

한 대만 남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이와 환하게 웃는 사진을 싣고 “충심으로 중국인 31명이 모두 사망하기를 희망합니다”는 글을 남겨 비난을 받았다.

대만 언론들은 이날 오후 10시 현재 승객과 승무원 58명 중 3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다. 사고 항공기에는 31명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탑승하고 있었고 이 중 18명이 사망했다.

대만 언론들은 사고기가 이동한 동선을 분석, 랴오젠쭝(42) 기장이 20여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와 고층 빌딩을 피하려고 세 차례 급회전했고 마지막에 하천 불시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항공전문가는 “사고기 기장은 짧고 긴박한 시간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랴오 기장은 5일 오전 기중기로 건져 올린 동체에서 부기장과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런 가운데 대만 당국의 미흡한 사고 처리에 비난이 쏟아졌다. 20세 대학생 아들을 잃은 수궈핑씨는 대만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애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며 “우리는 3류 국가에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