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2014 종교의식 변화 조사(2)] ‘창조론’ 진리로 믿는 개신교인 10명중 6명뿐… 30년새 21%P↓

입력 2015-02-06 02:48

개신교 신앙의 핵심 교리인 창조론을 진리로 믿는 개신교인의 비율이 지난 30년 사이 21% 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종교다원주의’ 등 타 종교인의 구원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늘었다.

여론조사전문업체인 한국갤럽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인의 종교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말 ‘종교 실태’를 발표한 데 이은 두 번째다. 1984년 첫 조사를 실시한 이래 89년, 97년, 2004년에 이어 2014년까지 30년 동안 총 5차례 비교 조사를 실시한 내용 가운데 개신교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창조·심판 등 ‘기독교적 종교 성향’ 갈수록 옅어져=전체 응답자 가운데 ‘이 세상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누가 만들었다’(창조론)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4년 34%였다. 84년 조사 결과(46%)보다 12%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 세상 종말이 오면 절대자의 심판을 받게 돼 있다’(심판론)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변 비율도 지난해 25%로 30년 전(35%)에 비해 10% 포인트 떨어졌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5일 “종교사회학적 측면에서 볼 때 일반적 생활수준이나 소득 정도가 높아지면 종교적 신념은 약화되는 경향을 띄게 된다”면서 “이 같은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신교인들의 신앙심은 더 옅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창조론’에 대한 긍정적 비율은 30년 전 80%에서 2014년 59%로 21% 포인트나 줄었다. ‘심판론’ 역시 같은 기간 76%에서 61%로 15% 포인트 감소했다. 창조론과 심판론에 대한 평균 감소치는 18% 포인트였다. 개신교 신앙의 근간이 되는 창조·심판 교리를 믿는 개신교인이 한 세대(30년)가 흘러가는 사이 100명 중 18명 정도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지난 10년 사이 ‘영혼·기적’ 등 초자연적 존재 유무에 대한 개신교인의 긍정적 비율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죽은 다음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2004년에는 81%가 ‘그렇다’고 응답했지만, 2014년에는 79%로 떨어졌다. ‘기적’에 대한 질문에서도 긍정적 답변 비율은 같은 기간 84%에서 82%로 낮아졌다.

정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절대적 진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며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먹고 살만해지니까’ 내세관 자체가 불확실해지는 경향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배 침례신학대 교수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개신교의 활동이) 현실 세계에 갇혀 있다 보니 죽음 이후 하나님 심판에 대한 교육 등이 소홀하게 취급된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현실의 삶뿐만 아니라 건전한 종말론을 중심으로 한 균형 있는 신앙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개신교인 경계심 갈수록 높아져=‘여러 종교의 교리는 결국 같거나 비슷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는 이른바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그렇다’고 답한 개신교인 비율은 지난해 49%로 집계됐다. 30년 전(65%)보다 16%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조사 때마다 점점 낮아졌는데, 지난해 타·비종교인의 비율(약 77%)과 비교할 때 평균 28% 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개신교의 ‘절대 진리’ 또는 ‘신앙의 근본’을 고수하는 개신교인들이 점점 많아졌다고 보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 타 종교에 대한 관용적 태도가 부족한 것으로 읽힌다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창조·심판론 같은 기본 신앙교리를 믿지 않으면서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거부감만 높아지는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재찬 이사야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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