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명예퇴직하는 교원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학교 안팎이 뒤숭숭하다. 퇴직을 마음먹은 교원 10명 가운데 4명은 명퇴 신청이 반려돼 학교에 남게 됐다. 떠난 사람들은 홀가분하다는 표정이지만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게 된 교원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급속한 교육환경 변화에다 공무원 연금 개정 논의 여파로 ‘명퇴 대란’이 현실화되면서 펼쳐진 풍경이다.
◇이달 말 명퇴 교원 역대 최다=5일 국민일보가 16개 시·도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올해 상반기 교원 명퇴자는 전국에서 모두 6885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818명보다 2.4배나 많은 숫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620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 912명, 부산 595명, 전북 376명 등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266명보다 329명이나 늘었다. 이들은 모두 이달 말 정든 교단을 떠나게 된다.
당초 명퇴를 신청한 교원은 1만2637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5164명, 하반기 8212명을 합한 숫자에 버금간다.
이는 연금개혁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되면서 교장 등 관리직이 대거 명퇴 대열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한 학교에서 6∼7명이 신청하기도 했다. 여기에 학생 체벌금지와 인권존중 등 교육환경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교육청 살림 규모에 따라 명퇴 수용률은 전국 평균 63.4%에 그쳤다.
인천은 567명이 신청했으나 231명만 확정돼 40%를 간신히 넘었다. 378명이 신청한 대전은 48.1%, 경기는 49.1%, 부산 56.7%, 강원 62.9%의 수용률을 보였다.
◇교육청은 착잡… 학교는 뒤숭숭=각 교육청은 지난해 대비 배 이상 예산을 반영하는 등 명퇴 수용을 위해 애를 썼지만 워낙 신청자가 많아 결국 한숨만 내쉬었다.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이 흔들리는 것도 고민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지방교육채 발행 요건에 명퇴 예산을 추가하기로 했으나 각 교육청에선 “결국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기교육청은 올해 지방교육채 발행으로 확보한 명퇴수당 예산 983억여원 가운데 82.3%(809억여원)를 이달 말 집행할 예정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떠날 수 있는 자’와 ‘남을 수밖에 없는 자’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명퇴가 결정된 교원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반면, 남게 된 교원들은 ‘재수(再修), 삼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푸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전국 명퇴 신청자 8212명 가운데 1994명(24.3%)은 이미 명퇴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경험이 있었다. 이 가운데 183명은 3차례 이상 신청했다.
충북 지역 고교에 근무하는 40대 여교사는 “희귀병에 걸린 자녀의 양육문제로 고민하다가 명퇴를 신청했지만 예산 등 문제로 교단에 남게 돼 아쉽다”며 “8월에 다시 명퇴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퇴직을 마음먹은 교원이 계속 교단에 서게 되면서 교육 의욕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의 한 교사는 “예산 부족으로 떠나고 싶은 교사들이 학교에 남아 있고 들어오고 싶은 예비 교사들은 학교 밖에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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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 대란 현실로… 뒤숭숭한 교단
입력 2015-02-06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