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짓’으로 ‘따뜻한 세상’ 만든다

입력 2015-02-06 02:48
인하대 수화찬양 동아리 CFM 학생들과 설립자 천병성 큰빛성서침례교회 목사(오른쪽)가 밝게 웃으며 수화로 “사랑합니다”를 표현하고 있다.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우리 주님 음성 같고/ 바닷물결 파도 보면/ 우리 주님 손길 같아….”

최근 인천 인하대 학생회관의 작은 동아리방에서는 10여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음성가 ‘아가(雅歌)’를 연습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찬양에는 소리가 없었다. 대신 아름다운 손동작과 순수하게 빛나는 눈동자,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반주에 눈빛과 손짓으로 호흡을 맞췄다. 인하대 수화찬양 동아리 CFM의 공연준비 현장이다.

CFM은 수화로 찬양을 배우는 기독동아리다. 수화를 잘하는 간사로부터 수화찬양을 배우면서 자연스레 장애인의 고충을 이해한다. 어느 정도 배우면 거리에서 공연을 하고 해마다 주제를 정해 정기공연을 갖는다. 각종 행사에서 수화찬양과 통역을 하는 것도 회원들이 하는 일이다. 기독동아리답게 성경말씀을 배우고 봉사활동도 한다. 선배들은 진로 및 신앙상담 등으로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CFM은 1994년 목회자들이 설립했다. 천병성(54) 큰빛성서침례교회 목사는 한 학생성도와 인하대 교정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중 같은 비전으로 캠퍼스 사역을 하던 최상호 푸른성서침례교회 목사를 만났다. 두 목회자는 의기투합했고 학생들과 잔디밭에서 찬양예배를 드린 것이 CFM의 첫 모임이다.

CFM은 현재 인하대를 비롯해 명지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서울대 연세대 경인대 경인여대 서울신학대 안양대 인천대 한양대 협성대 등 13개 대학에서 활동 중이다. 각 대학 동아리의 활동에는 큰빛, 푸른, 제물포, 행당동, 빛과소금, 목동 등 크고 작은 성서침례교회들이 후원하며 참여하고 있다.

CFM은 ‘Campus Flocks Meeting‘의 약자로 ‘양무리 모임’이란 뜻을 갖고 있다. 특히 Flocks는 각 단어마다 의미를 갖고 이 모임의 성격과 활동방향을 제시한다. F는 Fellowship(교제), L은 Leadership(지도력), O는 Outreach(전도), C는 Caring(돌봄), K는 Knowledge(지식), S는 Salt(봉사)를 의미한다.

CFM 설립자인 천 목사는 10대 때 척수결핵을 앓은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국내 모든 대학 캠퍼스에 CFM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캠퍼스 분위기가 취업준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CFM 활동에 관심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한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고 장애인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한 CFM의 사역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