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었으니 망정이지… 아파트 옹벽 붕괴 날벼락

입력 2015-02-06 02:16
5일 새벽 광주광역시 봉선동 대화아파트 뒤편 200여m의 옹벽 가운데 30여m가 붕괴됐다. 옹벽이 무너지면서 1000t이 넘는 철근콘크리트와 토사가 쏟아져 바로 아래에 세워져 있던 차량 30여대를 덮쳤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추가 붕괴 우려가 제기되면서 아파트 주민 500여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광주=곽경근 선임기자

5일 새벽 3시 50분쯤 광주 봉선동 대화아파트 뒤편 200여m의 옹벽 가운데 30여m가 갑자기 붕괴됐다. 높이 15∼20m 정도인 옹벽은 1993년 아파트 건설로 절개된 제석산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이 사고로 1000t이 넘는 철근 콘크리트와 제석산 토사가 바로 아래에 주차된 차량들을 덮쳐 30∼40대가 순식간에 매몰됐다. 옹벽 바로 앞인 대화아파트 103동 1층 중 일부도 흙더미로 뒤덮였다.

피해 차량들은 아파트 주민들이 주차공간이 부족하자 옹벽 아래 10m 넓이의 소방도로에 밤새 세워둔 것이다. 육안으로 매몰이나 손상이 확인된 것은 현재 차량 16대와 오토바이 2대지만 소방당국은 도로에 주차됐던 차량 20∼30여대가 콘크리트 더미에 더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옹벽이 붕괴된 시간이 새벽이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102동과 103동 아파트 주민 165가구 490여명은 인근 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인근을 통제하고 추가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현장을 방문한 최영호 남구청장은 “옹벽 두께가 충분하지 않고 설치방식이 적절하지 않아 현재 건축허가 기준으로는 승인이 어려운 구조물”이라며 “재해 위험시설 점검에서 미처 붕괴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붕괴에 대비해 계단식으로 땅을 절개해 2단 옹벽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를 목격한 경비원 강모(70)씨는 “벽이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여러 대의 자동차 도난경보 장치가 한꺼번에 울려 밖으로 나와 보니 흙먼지와 옹벽 잔해들이 뒤엉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며 “처음에는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붕괴된 옹벽은 지난해 3월 안전점검을 받았으나 재난 위험시설로는 지정되지 않았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