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시리아 청소년, 사진으로 상처 나누다

입력 2015-02-06 02:07
경기도 안산 단원고 장애진양이 촬영한 2학년 1반 교실.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친구들 얼굴로 크리스마스트리가 만들어져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요르단의 자타리에서 생활하는 시리아 출신 카이사르(가명)군은 난민촌 인근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달리는 친구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소중한 트리.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장애진(18)양이 공부하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 교실의 칠판에는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친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 있다. 친구들 사진으로 크리스마스트리도 꾸몄다.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애진양은 이 모습을 찍고 ‘12월 25일’이란 제목을 붙였다.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 카라반에서 지내는 시리아 소년 슈룩(가명·14). 3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이곳에 왔고, 그에게도 카메라가 있다. 차를 마시던 어느 ‘평화로운’ 밤, 찻잔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과 서쪽 끝인 안산과 자타리. 비극적 재난과 전쟁을 경험한 이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6∼18일 서울 종로구 ‘57th 갤러리’에서 두 지역 아이들의 공동사진전 ‘서울, 자타리를 만나다’를 연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란 주제로 아이들이 찍은 사진 84점이 선보인다.

전시회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하트’(HEART·예술을 통한 치유와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다. 시리아 난민 8만여명이 생활하는 자타리 난민촌에선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아그네스 몬타나리가 2013년부터 청소년을 위한 사진수업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접한 몬타나리의 제안으로 지난해 8월부터 단원고에서도 같은 사진수업이 진행됐다.

단원고에선 2·3학년 15명이 참여해 주 1회 사진을 배웠고, 자타리 난민촌에서도 청소년 15명이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주제로 사진을 찍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란 주제는 단원고 아이들이 정했다. 난민촌 아이들도 좋은 주제라며 흔쾌히 응했다. 단원고 수업은 국내 사진가 7명의 재능 기부로 이뤄졌다.

단원고 아이들이 출사(出寫)를 다녀오면 세이브더칠드런은 그 사진과 설명을 자타리에 보냈다. 난민촌 아이들은 이 사진을 아랍어로 번역된 설명과 함께 감상한 뒤 감상평과 질문, 그리고 자신들의 사진을 다시 보내왔다. 아이들은 친구, 생활 터전, 아끼는 물건 등을 꾸밈없이 프레임에 담았다. 처음에는 물리적 거리만큼 서로 모르는 게 많았다. 사진 속 화장대에 어떤 화장품이 있는지 묻기도 했고, 강아지가 침대에 올라갈 수 있는 한국 문화를 설명해줘야 할 때도 있었다. 물론 시리아 내전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단원고 정현욱(19)군은 늦은 밤 자전거를 타고 하교하는 친구들 뒷모습을 찍어 ‘친구’라는 제목을 달았다. 사진 아래에 ‘인생에서 학창시절과 친구, 이 두 가지는 누구에게나 소중한데 나에게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었다’고 썼다. 자타리의 한 소년(16)은 “난민촌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언젠가 평화가 찾아오면 시리아로 돌아가 우리나라를 찍고 싶다”고 했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10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300일이 된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