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철강으로 돌아가자”… 거함 포스코 체질 바꿨다

입력 2015-02-06 02:01

권오준 회장이 자산 85조원으로 재계 순위 6위, 49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함 포스코를 맡은 지 거의 1년이 됐다. 지난해 3월 14일 회장에 공식 취임할 당시 업계에서는 우려가 많았다. “경영을 해보지 않은 엔지니어 출신이 실적 악화에 빠진 포스코를 이끌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론이었다. 하지만 지금 ‘권오준호 포스코 1년’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일단 우호적이다. 세계적 불황과 위기 속에서 일부 변화의 성과를 보였고, 실적도 개선됐다.

권 회장은 5일 임기 2년차를 맞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국내외 기관투자가, 애널리스트 및 언론사 등을 상대로 진행된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직접 포스코의 비전을 밝혔다. 권 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첫해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권 회장은 이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국내 경제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뒤 “솔루션 기반 영업체제를 확산하고, 사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올해 본격적인 재무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글로벌 불황 등 악재 속에서도 영업이익 3조원을 회복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2%, 7.3% 증가한 65조984억원과 3조2135억원을 기록했다.

권 회장은 임기 1년차인 지난해 포스코특수강 등 비주력 계열사와 해외 법인 정리 등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솔루션 마케팅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철강제품 판매를 강조해 왔다. 포스코특수강과 포스화인 등이 매각됐고 포스코 건설 등 10여개사에 대한 매각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조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정기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겠다는 권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솔루션 마케팅을 통한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라는 권 회장의 전략도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고부가가치강인 WP 제품과 솔루션 마케팅 연계 판매량이 각각 13%, 186% 증가했다.

권 회장은 올해 철강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5000만t의 철강제품 판매, 고수익 제품 점유비율 36% 확대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리튬사업, 니켈융복합제련사업 등 미래 먹거리 신사업 발굴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반면 철강업계 불황이 계속되고 있고 난제도 적지 않아 앞날이 순탄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일시적인 구조조정과 허리띠 졸라매기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중국산 철강제의 저가 공습, 엔저를 무기로 한 일본 철강업계의 도전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도 냉랭한 편이다. 포스코 주가는 권 회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9월 36만3500원을 기록한 뒤 현재 26만원대로 떨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 취임 이후 변해야 한다는 신호를 준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하지만 변화의 실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어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보내는 CEO 레터를 통해 ‘초일류 기업론’을 제시했다. 권 회장은 “이제부터 위기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 위기를 디딤돌로 삼아 일류를 지향하자”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포를 예로 들며 “경쟁사보다 단순히 몇 걸음 앞서 나가는 단순한 일류가 아니라 초일류를 지향하자”며 “초일류 경지에 오르는 순간 누구도 감히 그 자리를 넘겨볼 수 없다”고 확신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