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64·여)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딸 부부를 대신해 손녀를 봐주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딸이 지난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뒤로는 손녀를 전담해서 키우다시피 하고 있다. 딸 부부로터 매달 수고비를 받고는 있지만 수고비의 상당액은 손녀 장난감이나 옷을 사는 데 쓰고 있다.
고령층의 소비심리 위축에도 손주를 위한 씀씀이는 줄지 않고 있다.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어나면서 접촉할 기회가 많은 데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령층이 한두 명에 불과한 손주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60대 이상 고객의 유·아동복과 유모차 소비가 전년 대비 각각 14.1%와 10.1%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신장률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의 유·아동상품 매출에서 50∼7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5.6%에서 지난해 17.9%로 2.3% 포인트 증가했다.
씀씀이 역시 큰 편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부모세대인 30대의 1인당 유·아동 상품군 연간 평균 구매액은 23만원인 반면 조부모인 50∼70대는 37만원이었다.
온라인 전문몰이나 완구 전문점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완구 전문몰 아이토이즈 오픈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고객은 50대 이상이었다. 50대 이상 고객은 15.2% 증가해 다른 연령대의 증가율(7.5∼14.6%)을 앞섰다. 완구 전문점인 토이저러스 김포공항점 홍성일 매니저는 “이전에는 30, 40대 부모들이 아이들과 완구를 구매하러 많이 왔지만 최근에는 주말에 10명 중 1∼2명은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일 정도로 조부모가 같이 방문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유·아동 상품의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유통업체 역시 고령층에 대한 마케팅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경제력을 갖춘 ‘피딩(Feeding)족’을 잡기 위해 6일부터 17일까지 ‘손주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피딩족은 경제적 여유가 있고(Financial), 육아를 즐기며(Enjoy), 활동적이고(Energetic), 헌신적인(Devoted) 조부모 세대를 의미한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 피딩족의 구매가 집중되는 것을 감안해 행사 일정을 잡았다.
롯데백화점은 해당 기간 동안 홈페이지에 손주와 함께 찍은 사진이나 사연을 올린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키자니아 연간회원권, 롯데시네마 예매권 등을 증정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기획] 위축된 소비시장 불붙이는 할아버지·할머니의 경제력
입력 2015-02-06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