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MS-노키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입력 2015-02-06 02:02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의 기업결합에 대해 동의의결을 개시키로 했다. 두 회사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에 동의의결 제도가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 심사 1년6개월, 끝이 보인다=MS는 2013년 9월 노키아의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MS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각국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MS와 노키아의 결합은 스마트폰 시장의 일대 지각 변동을 의미한다. 모바일 관련 특허기술을 다수 보유한 MS는 현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MS는 지금도 스마트폰의 경우 대당 5달러 정도, 태블릿PC에는 약 10달러의 특허료를 제조사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MS가 노키아라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인수하면서 직접 생산까지 뛰어들게 되면 삼성과 LG 등 국내 경쟁사들의 피해가 우려됐다. 우선 경쟁사에 특허료를 과도하게 올리면서 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제기됐다. 또 MS가 노키아 인수 이전에 삼성, LG와 공동 스마트폰 개발 등을 위한 사업제휴계약을 맺을 때 경영 핵심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도 우리 업체엔 부담이었다. 한마디로 플레이어(제조사)가 운동장(시장)에서 잘 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던 조력자 역할을 하던 MS가 갑자기 플레이어로 나서게 되면서 기존 플레이어에 대한 보호막이 필요해진 것이다.

◇MS, “7년간 특허료 안 올리겠다”=MS는 지난해 8월 노키아 기업결합 건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의 제재 전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시정방안을 먼저 내놓으면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여 제재를 하지 않는 제도다. 공정위는 그러나 동의의결 개시를 한차례 미뤘다. MS의 시정방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시작키로 한 것은 MS의 시정방안이 삼성과 LG 등 국내 경쟁사가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볼 수 있다.

MS는 우선 특허권 사용에 있어 상대 제조사에 대한 비차별 조건을 준수하고 판매금지 청구소송을 금지하기로 약속했다. 또 앞으로 7년간 현재 받고 있는 특허료보다 초과하는 금액을 받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와 MS는 앞으로 30일 이내에 이 같은 내용을 구체화한 잠정 시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어 삼성과 LG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청취를 거친 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동의의결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공정위 지철호 상임위원은 “MS가 시정방안을 수정·보완해와 동의의결 개시를 결정한 것”이라며 “시정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동의의결은 취소되고 다시 시정명령 등 제재 절차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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